"中 견제하는 독일…그리스·헝가리·포르투갈은 지지"
"미·중 패권싸움에 휘말릴까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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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점차 커져가는 중국의 영향력을 두고 유럽연합(EU)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내부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두고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상반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 "中 견제하는 독일…그리스·헝가리·포르투갈은 지지
지난 12일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새로운 중국 전략보고서를 발간했다. EU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대안적 통치 모델을 선전하는 체제 라이벌"이자 "경제적 경쟁자"라고 표현했다. EU는 또 만약 중국이 기업에 대한 국가 보조금부터 공공 조달 등의 문제에 반응하지 않을 시, 유럽에서의 중국 투자 규정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새 중국 전략 보고서를 지지한다고 밝힌 EU 국가의 한 외교관은 "우리는 공개적인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 우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럽이 그동안 중국에 마냥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오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유럽은 특히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날선 비난을 날려왔다. 하지만 FT는 그런 유럽에게도 가장 최우선 순위는 바로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EU는 중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며, 중국은 EU의 두 번째로 큰 교역 파트너다. 중국은 갈수록 EU의 중요한 투자 상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년간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의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팔린 곳은 중국이다. 2018년에는 폭스바겐 자동차 판매의 약 39%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은 폭스바겐에 중요한 시장 중 한 곳이다. 이 외에도 바스프(BASF)와 까르푸, 지멘스 등이 중국에서 높은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중국의 커져가는 영향력에 경계심을 드높이는 유럽의 선봉 주자는 바로 독일이다. FT는 도이체방크와 쿠카 등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독일에서 중국의 위기감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피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부 장관도 중국과의 경쟁이 독일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경고한 바 있다.
다만 모든 유럽국가가 중국에 대한 회의감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헝가리와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은 중국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고 있다. 포르투갈 역시 마찬가지다. 안토니오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이달 초 중국을 비롯해 해외로부터의 투자를 심사하는 보안 절차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유럽 국가들에 경고했다. 총리는 이어 유럽 국가들의 이 같은 조치가 유럽 전체에 보호주의 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리는 중국의 투자가 "매우 긍정적이며 우리(포르투갈)의 법적 틀과 시장의 규칙에 대한 완전한 존중"을 보여줬다며 중국의 투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포르투갈은 중국의 육·해상 신(新)실크로드 구축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EU 13개국 중 한 곳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으로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의 무역·교통망을 구축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현재 세계에서 약 80개국이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회의론자들은 일대일로 관련국들이 중국의 인프라 투자를 유치하면서 빚더미에 오르고 있으며,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모호하며 전략적으로 공격적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중국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미국 역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중국의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우려를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다.
21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이탈리아 로마 다빈치 공항에 도착했다. 2019.3.21.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미·중 패권싸움에 휘말릴까 두려워"
지난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유럽 순방을 시작한 시진핑 주석은 방문 기간 중 이탈리아와 일대일로 MOU를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일대일로 MOU에 서명하면, 이탈리아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첫 G7(선진 7개국) 국가가 된다. 지오바니 트리아 이탈리아 경제부 장관은 일대일로 참여로 "이탈리아가 미국과 중국을 잇는 다리가 될 수 있으며, 양국의 대립을 멈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이탈리아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에 직면에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을 둘러싼 유럽의 커져가는 우려가 EU의 내분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현재 EU는 이미 내부적으로 난민 문제와 반체제 정당의 부상을 두고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중국국제문제연구원(CIIS)의 유럽연구소 소장인 추이훙젠은 "EU가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 속에서 중국이 점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 여러 유럽 국가의 고민"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이 또 다른 복병으로 자리하고 있다. 유럽은 표면적으로 중국에 대해 미국과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편에 선다 할지라도 EU가 얻을 수 있는 수혜는 만만치 않다. 중국은 지난 1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외상투자법(외국인 투자법)을 통과시켰다. 외상투자법은 외국인 투자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이는 유럽인들의 오랜 목표였다.
여기에 EU는 대규모 다자간의 합의를 구하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원하고 있으며, 실제로 중국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은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과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 데 이어 중국과 EU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럽에게 중국은 놓치기에 아쉬운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라스무센 글로벌의 파브리스 포티에는 "이제 점점 많은 사람이 유럽이 지정학적인 경쟁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유럽이 함께 행동하지 않으면 결국 미국과 중국,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됐다"고 덧붙였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