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불법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혐의
검찰 “직권남용죄 무죄 판단한 원심에 회의”
직권남용죄 무죄 선고한 원심 반박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하게 한 소위 ‘화이트리스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검찰이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조용현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등 7명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이날 검찰은 김 전 실장 등에게 1심에서의 구형량과 같은 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며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1심 결심공판 당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4년을, 조 전 수석에게는 징역 6년을 구형한 바 있다. 또 현기환·박준우·김재원 전 정무수석에게는 각각 징역 9년과 징역 2년,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더불어 신동철·정관주 전 비서관에게는 각 징역 2년이 구형됐고, 오도성 전 비서관은 징역 3년이 구형됐다. 허현준 전 행정관은 징역 3년 10월이 구형됐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직권남용죄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비판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시민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행위는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강요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전경련에게 보수단체를 지원하라고 압박한 행위 자체는 불법이지만, 애초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권한이나 직무가 아니기 때문에 직권을 남용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강압적 방식을 사용해 권한을 행사했다면 권한을 남용한 것이고, 처음부터 공무원에게 위법한 직무권한은 없다”며 “원심 판단은 위법·부당한 직권남용의 결과와 일반적 직무권한을 혼동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이 징계나 민사책임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인지 원심 판단의 정당성에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전 실장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경련에 33개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 받았다.
한편 화이트리스트 혐의와 더불어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화이트리스트 사건에 적극 가담하고 보수단체를 이용해 친정부 시위 등을 기획한 혐의를 받는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은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박준우 전 정무수석과 신동철·정관주·오도성 전 비서관은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하고 전경련 측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등 사건 전반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아울러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이병기·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각각 5000만원과 5억원을 수수하고, 2016년 총선에서 친박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여론조사를 시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