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핵시설 폐기, 비핵화 전 과정에서 초기 단계에 불과”
“비핵화와 함께 생화학 무기 제거도 놓치지 말아야”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는 북한 핵 프로그램 전 과정의 폐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인터뷰를 통해 “북미 양국은 핵 프로그램 전체 폐기로 비핵화의 정의를 다시 합의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국제 원자력기구(IAEA)의 깃발이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IAEA 본부 앞에서 펄럭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영변 핵시설폐기 그 이상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는 우라늄 농축 활동과 플루토늄 생산에 관한 영변 핵시설뿐만 아니라 우라늄의 채취부터 핵물질의 보관 장소, 핵무기 제조 공장, 운반 수단 등 전 과정의 폐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변 핵시설 폐기는 핵무기 프로그램의 일부이자 첫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없다”며 “북한은 핵무기 제조시설을 해체하고 플루토늄을 비롯한 핵물질의 재고까지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다 해도 신고가 되지 않은 다른 곳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핵물질 생산의 모든 과정과 관련 시설이 비핵화의 정의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뉴스핌] 홍종현 미술기자= 북한의 핵 보유 현황 |
그는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비핵화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핵무기를 만들 때는 순수 우라늄을 넣어 3.5%의 농축우라늄을 만들고, 그 다음은 20%, 60%,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 과정을 거쳐 핵무기를 만든다”며 “과거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가 영변 핵시설을 방문했을 때 약 2000개의 원심 분리기를 봤다고 했는데, 그것이 바로 3.5% 농축우라늄을 만드는 첫 단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핵심은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위한 다음 단계의 시설은 어디에 있느냐’하는 것인데, 북한은 지금 우라늄 농축 첫 단계인 영변 핵시설만 폐기하고 다른 시설에서 계속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여지를 남겨두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미가 추가 핵협상을 한다면 반드시 핵 프로그램 전체를 폐기하는 것으로 비핵화의 정의를 다시 합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확대회담에 참석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의 이 같은 주장은 최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미국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연일 강조하고 있는 ‘북한의 빅딜 수용’과 일맥상통한다.
볼턴 보좌관은 최근 여러 방송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하면서 그 전제 조건으로 북한의 빅딜 수용을 내걸었다.
여기서 빅딜이란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방안인 영변 핵시설 폐기 등 핵무기 제거뿐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의 일괄 제거다.
비건 대표도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핵 정책 관련 컨퍼런스에 참석해 “북한과 여전히 대화를 지속하고 있고 문은 열려있으나, 우리는 모든 것이 합의될 때까지 아무것도 합의될 수 없다”며 “북한은 WMD 제거에 완전히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