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파손·유기, 성범죄 재범 등 이어져
정부, 전자발찌 기술 보완...재질 강화·일체형 장치 개발
관제센터 직원 1명당 330여명 담당...인적자원 확보해야
[서울=뉴스핌] 윤혜원 기자 = #지난 1월 20대 남성 A씨가 전자발찌를 떼고 종적을 감췄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아동·청소년 강간미수 혐의로 징역 1년3월형을 살고 2020년까지 8년 동안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은 A씨는 과거에도 두 차례 전자발찌를 훼손해 1년씩 실형을 추가로 살았고 부착 기한이 연장됐다.
#지난해 3월 전자발찌를 자르고 해외로 도주한 50대 남성 B씨가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B씨는 2002년 특수강도 강간 등 성범죄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4년 만인 지난해 3월 전자발찌를 절단해 쓰레기통에 버린 뒤 일본을 거쳐 태국으로 도피했다.
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자르고 유기해 국내외로 도주하는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는 가운데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망치거나 재범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전자발찌의 재질을 강화하고 위치추적 장치를 개선하는 등 기술적 보완에 나선 것에 더해서 보호관찰관 증원 등 인력 보강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자발찌를 자르고 태국으로 도주한 A씨가 태국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힌 뒤 송환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경찰청] |
◆전자발찌, 재범률 감소에 효과 속 훼손·도주, 재범 사건 여전해
전자발찌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등을 이용해 재범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를 감시하는 장치다. 2008년 시행된 전자발찌 제도의 적용 대상은 성폭력 사범에서 미성년자 유괴범, 살인범 등으로 점차 확대돼 왔다. 부착기간도 5년에서 30년으로 연장됐다.
12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자발찌 착용 범죄자는 총 3160명이다. 전자발찌 착용자는 전국 57개 보호관찰소와 2개 관제센터가 관리한다.
전자발찌 부착자가 출입금지 지역에 접근하려 할 경우 범죄자가 소지한 휴대용 추적 장치에 해당 지역을 벗어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뜬다. 전자발찌를 해제하면 경찰과 보호관찰관이 관제센터의 신고를 받아 출동하게 된다.
지난 1월 법무부는 전자추적 장치 부착 이후 성폭력 재범률이 크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제도 시행 이전인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성폭력 범죄 재범률은 14.1%를 기록했으나 제도 시행 후 동종 재범률이 1.86%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거나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로 전자발찌를 찬 뒤 재차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은 △2014년 48건 △2015년 53건 △2016년 58건 △2017년 66건으로 최근 4년간 증가세다.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사건도 한 해 평균 10건가량을 기록 중이다. 2014~2017년 5년 동안 전자발찌를 훼손한 사건은 총 62건에 달한다. 전자장치 효용 유지 의무위반 등 준수사항 위반 건수도 2014~2018년 5년 동안 792건으로 조사됐다.
◆일체형·재질 강화 등 기술 개선...인력 보충 숙제도
전자발찌를 유기하거나 재범을 저지르는 사건이 이어지자 정부는 전자발찌의 기능을 강화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지난 1월 법무부는 전자발찌의 휴대용 위치추적 장치를 통합한 ‘일체형’ 장치를 개발하고, 전자발찌 내 금속 삽입물의 두께를 3배 보강했다고 밝혔다.
전자발찌의 휴대용 위치주적 장치를 유기해 위치추적이 불가능해지고 전자발찌의 재질상 절단기 등 도구로 파손이 가능했던 점을 보완한 것이다.
기존의 전자발찌는 발목에 착용하는 부착장치와 전자발찌 착용자가 몸에 소지하는 휴대장치, 재택에 두고 다니는 재택장치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이러한 ‘분리형’ 전자발찌는 휴대장치를 휴대해야 하므로 일상생활에서 불편이 크고 장치를 훼손하거나 버리고 잠적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전자발찌의 기술적 개선과 더불어 전자발찌 대상자를 관리감독할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질 강화나 장치 통합 등을 통해 전자발찌 파손·도주 문제를 완화할 수는 있어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순 없는 만큼 전자발찌 파손이나 도주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히 파악하고 대응할 인적 자원이 갖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전자발찌 착용자를 담당하는 보호감찰관은 보호관찰 대상자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보인력난을 겪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7년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의 위치를 모니터링하는 관제센터 직원 1명당 보호관찰 대상자는 331명이다. 전자장치 훼손 등으로 현장에 출동하거나 대상자들의 상담, 심리치료 등을 하는 전담 인력은 1명이 18.4명을 맡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범죄자 중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자발찌를 끊고 도망가려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전자발찌를 절단하려고 시도한다면 재질 강화 등으로는 전자발찌 훼손이나 도주 등을 완전히 해결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곽 교수는 “보호관찰관 수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예산과 공무원 정원 문제로 보호관찰관을 손쉽게 늘리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며 “전자발찌 착용자와 관련한 문제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할 인력이 더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hw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