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나 ‘알렉사’ 능가하는 2세대 알파9 강점 찾기 힘들어
롤러블 TV와 ‘스마트홈 컨트롤타워’라는 목표는 부적합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지난 6일 마곡사이언스파크에서 ‘2019 LG TV 신제품 설명회’가 열렸다. 인공지능 2세대를 적용한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LG 올레드 TV, LG 슈퍼 울트라HD TV 세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동시에 지난 ‘CES 2019’ 이후 시장의 주목을 받은 ‘롤러블 TV’의 티저 예고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이제까지 LG전자가 보여줬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혁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의 인공지능홈보드 [자료=LG전자] |
LG전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공지능(AI)’을 강조했지만 LG전자의 ‘2세대 인공지능 알파9’이 기존 AI 기기를 뛰어넘는 소프트웨어적 혁신을 이뤘는지는 의문이다. 체험존에서 경험한 AI 기술은 이미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 높이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2세대 알파9에 연속 대화도 이해하는 딥 러닝 기술이 적용됐다고 했지만 실제 TV의 인공지능 기술은 생각한 것처럼 처리속도가 빠르거나 연속 질문을 이해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기대를 모았던 롤러블 TV도 생각처럼 비중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신제품 소개 프레젠테이션 전 꽤 오랜 시간이 할애된 시연에서 첫 등장시점 이후 롤러블 기능을 볼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롤러블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은 하반기 출시예정이라 이번 신제품 설명회의 주인공이 아니기는 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LG가 추구하는 소프트웨어적 혁신과 하드웨어적 혁신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사장)은 질의응답 세션에서 가정이라는 공간과 하나가 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온 것이 LG 올레드 TV의 하드웨어 발전 스토리라고 설명했다. 이후 스마트홈 컨트롤타워가 되는 것이 올레드 TV의 목표냐고 묻는 질문자에게는 “화면을 보며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을 통해 향후 올레드 TV가 스마트홈 허브가 되도록 기능을 보완하겠다”고 답변했다. 인공지능 기술로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고객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권 사장의 두 답변 사이엔 모순이 있다. 롤러블 TV는 사용하지 않을 땐 디스플레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특장점인데 답변대로 화면을 강점으로 스마트홈 허브가 되려면 TV를 보지 않는 일상에서도 디스플레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시연에서도 시연자는 TV를 보지 않을 때도 ‘인공지능 홈보드’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디스플레이를 수시로 활용했다. 리모컨으로 홈보드를 제어해 공기청정기를 켜고 빨래 건조기를 끄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지난 ‘CES 2019’에서 롤러블 TV 발표 후 인터넷에는 “기술은 놀랍지만 그 공간을 평상시에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 “괜히 디스플레이가 나오는 곳으로 이물질이 들어가 고장날까봐 걱정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같은 불만은 롤러블 기능이 실생활과 유리된 기술이 아니냐는 의미다. 2세대 알파9에 대해서도 이날 현장에서는 “1세대에서 크게 바뀐 게 뭐지?”하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이 역시 전작인 1세대 알파9은 물론 기존 AI 기기를 대체할 개선점이 2세대 알파9에서 보이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LG는 올해 올레드 TV의 하드웨어 혁신 1단계를 완성했다.” 권봉석 사장의 이날 인사말이다. 지금까지 LG전자는 ‘픽처 온 글래스(Picture on glass) TV’에 이어 지난해 ‘월페이퍼(Wallpaper) TV’까지 일상생활과 밀접하면서도 다른 제품에서 보지못했던 디자인과 화질로 가전시장의 선봉에 서 왔다. 하지만 이번엔 LG전자가 ‘혁신’이라는 단어에 얽매여 고객이 정말 원하는 혁신을 놓친 게 아닌지 묻고 싶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