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완화 놓고‘ 美 포괄적 비핵화’ vs ‘北 영변’ 협상 예고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매우 실질적인 회담을 했다면서 북미가 서로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 서명 없이 결렬됐지만 향후 양측의 요구 사항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2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만찬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찬 중 웃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놀라운 장소인 베트남에서 돌아와 기쁘다”면서 “우리는 김정은과 매우 실질적인 협상을 했고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그들도 우리가 무엇을 가져야 하는지 안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과)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고 덧붙였다.
지난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량파괴무기(WMD) 전면 동결 등 광범위한 비핵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 위원장과 북한 대표단은 영변 핵 시설의 폐쇄를 제안하면서 실질적인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려 했던것으로 전해졌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정상회담 결렬 이후 열린 심야 기자회견에서 영변 핵 기지 폐쇄에 대한 상응 조치로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의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에 대해 북한 측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쇄 범위의 명확성이 결여돼 있어서 수용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북미정상회담 협상과 관련, “북한은 수십억 달러가 훨씬 넘는 규모의 제재 해제를 요구하면서도 그들의 대량파괴무기(WMD)에 대한 완전한 동결은 꺼려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북한의) 요구에 대해 통 크게(go bigger) 하라고 촉구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올인하라, 그러면 우리도 역시 올인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권했다”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야 하는 것’은 핵과 미사일을 포괄하는 WMD의 전반적인 폐기 등 포괄적 비핵화 조치였다. 더구나 북한이 이에 응할 경우 과감한 제재 완화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1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반면 북한이 ‘원하는 것’은 영변 핵 시설 폐기와 사실상 대북 제재 해제를 맞교환하는 것이었다. 리 외무상은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이는 대북 석유류 공급 봉쇄와 석탄 등 광물 수출입 금지 등 대북 제재의 뇌관들이다.
결국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양측이 원하는 카드가 분명해진 만큼 앞으로 실질적인 협상을 진척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하노이에 홀로 남은 김 위원장은 1일 응우옌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도 면담하는 등 베트남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김 위원장은 응우옌 주석에게 베트남에서 활동과 편의를 보장해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양국의 전통적인 친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당초 예상과 달리 베트남 산업 단지와 리조트를 방문하지 않고 2일 오전 열차편으로 베트남을 떠날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으로 돌아가는 장거리 귀국길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향후 협상을 위해 어떤 구상을 다시 가다듬을 지 주목된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