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엄복동. 일제강점기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자전거 선수다. 그는 1910년대부터 20여년 동안 전국의 자전거 대회를 석권했다.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하며 동아시아를 제패했다. 그 영향으로 자전거 경기는 당시 최고의 인기 스포츠가 됐고 해마다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자전거 대회가 열렸다.
배우 정지훈(36)의 신작 ‘자전차왕 엄복동’은 바로 이 엄복동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평범한 물장수에서 시대의 영웅이 된 엄복동의 일대기를 재구성해 그렸다. 정지훈이 엄복동을 연기했다.
“7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라 굉장히 긴장돼요. 다들 왜 이렇게 공백이 길었냐고 하시는데 그냥 2013년에 제대하고 앨범, 드라마, 투어 사이클로 2~3년을 하다 보니 이렇게 됐죠(웃음). 사실 스케줄 상 아쉽게 놓친 영화도 몇 편 있고요. 이번 영화는 정말 스케줄이 없을 때 제안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가족 영화인 줄 알았죠. 근데 나중에 실화인 걸 알았고 이런 스포츠 영웅은 알리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하지만 준비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득할 정도로 힘들었다. 무엇보다 엄복동에 관한 자료가 많지 않았다. 있는 자료 역시 의견이 나뉘는 등 분명하지 않은 게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퀘스쳔 마크를 달면서 만들어갔어요. 인물들 관계는 아예 도표를 만들었죠. 가장 중요한 건 어떤 마음으로 자전거를 탔느냐는 거였어요. ‘신념이 있었을까? 아니면 그냥 좋아서 탔을까?’를 계속 고민했죠. 결단까지 시간도 오래 걸렸어요. ‘나라면?’이란 생각과 남은 자료 속 엄복동의 성격을 보고 결론을 내렸죠. 단순 순수 청년. 자전거를 너무 좋아했고 열심히 탔고 그런 엄복동을 대중이 응원했다고요.”
캐릭터를 잡고 나니 자전거 연습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기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었다. 정지훈은 올림픽공원에 있는 선수촌에 입단했다. 국가대표 코치의 지도 아래 야외 훈련까지 받았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진짜 선수들만큼 훈련했다.
“크랭크인 3개월 전부터 계속 훈련이었어요. 촬영할 때도 대사할 때 아니면 거의 꾸준히 탔어요. 안힘들었다면 거짓말이죠. 자전거를 그렇게 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체력도 많이 떨어져서 몸보신도 하려고 노력했죠.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데 너무 감동스럽더라고요(웃음). 제가 잘해서라거나 영화가 너무 재밌어서가 아니라 그때 고생이 느껴지는 거예요. ‘아, 나 진짜 고생했구나’ 싶으면서 울컥했죠. 하하.”
인터뷰를 하며 “어떤 질문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던 정지훈은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사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언론시사회 후 과도한 각색, 엄봉동 미화 등의 논란에 휩싸였다.
“처음부터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었어요. 픽션과 논픽션이 섞인 작품이었죠. 누군가를 영웅화시키려는 영화는 더더욱 아니고요. 그러나 민중이 힘을 준 건 사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죠. 엄복동이 마지막에 일장기를 부러뜨리고 일본군이 조준 자세를 취할 때 민중이 방어를 해줘요. 그건 팩트고 그 마음도 진짜라는 거죠. 그것만큼은 나쁘게 해석하지 말아줬으면 해요.”
차기작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다만 코미디 영화일 가능성이 크다. 꽤 오래전부터 코믹 연기에 갈증이 있었다는 그는 현재 출연을 놓고 이야기가 진행 중인 작품이 있다고 밝혔다.
“코미디 장르의 아트 무비, 단편 영화를 해보고 싶어서 접촉 중인데 잘되면 올해 또 뵐 수 있을 듯해요. 흔히 말하는 ‘병맛 코미디’죠. 코믹 연기 재능이요? 전 있다고 생각해요. 하하. 근데 연기하기도 전에 혼자 생각하고 웃어서 NG를 내는 게 문제죠(웃음). 사실 코미디도 도전이라 부담은 돼요. 하지만 배우 타이틀을 달았다면 의외성 있는 모습도 보여드려야죠. 장르, 구조, 제작 환경에 상관없이요. 결과가 어떻든 하고 싶어요.”
정지훈은 이를 두고 ‘개척’이라고 덧붙였다. 안전만 추구한다면 개인은 물론, 전체도 발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배우 정지훈이 아닌 가수 비에게도 마찬가지다.
“전 대중 가수예요. 대중 가수는 여러 장르를 해보고 시도해야죠. 이를테면 보아, 이효리, 동방신기 정도 되면 획기적 시도를 해야 해요. 선배니까 대중의 호불호가 갈려도 해보자는 거죠. 엄정화, 박진영 선배처럼요. 늘 사랑받는 건 지금 아이돌인 방탄소년단, 트와이스가 하면 되죠. 노래로 더 사랑받겠다는 건 욕심인 듯해요. 성적보다 개척을 생각해야죠. 요즘엔 홍대에서 괜찮다는 DJ들을 모으고 있어요. 왜 하냐고 할지언정 시도해보고 싶은 게 있거든요.”
김태희(비는 김태희와 5년간의 열애 끝에 지난 2017년 결혼했다. 같은 해 10월 딸을 품에 안은 그는 오는 9월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지훈은 말을 아꼈다. 그간 그는 공식 석상을 비롯해 영화 홍보 차 출연하는 모든 예능프로그램, 라디오 등에서 김태희 언급을 피했다.
“사실 조심스러운 마음이 가장 커요. 이렇게 하는 이야기가 나중에 다 안좋게 돌아오더라고요. 그래서 가능한 일과 집안 이야기는 분리하고 싶어서 매번 양해를 구하고 있죠. 가장이 되고 변화요? 글쎄요. 조금 더 가벼워진 듯해요. 원래 지난 19년 동안 제 패턴은 오로지 열정이었거든요. 열심히를 넘은 아주 지독한 노력. 근데 그걸 많이 내려놓게 됐어요. ‘자전차왕 엄복동’이 제가 마지막으로 지독하게 칼을 간 작품이 아닐까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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