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했다 미국으로 귀국하고 싶다고 밝힌 여성의 입국을 지난 20일(현지시간) 불허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같은 날 보도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호다 무타나(24)는 지난 2014년 앨라배마주(州)를 떠나 IS에 합류했다. IS에 가담한 무타나는 IS대원과의 결혼 끝에 아들까지 얻었다. 이후 그는 시리아 내 IS 점령지를 떠나, 난민 수용소에서 머물고 있다. 무타나는 시리아 난민 수용소에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과거 행동을 후회하고 있으며,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이날 성명을 통해 "무타나는 미국 시민이 아니며, 미국으로 입국할 수 없다"면서 "그는 어떠한 법적 근거도, 유효한 미국 여권도 갖고 있지 않다. 그는 여권에 대한 권리도 없으며, 미국을 여행할 어떠한 비자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호다 무타나를 미국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을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지시했으며, 장관도 전적으로 동의했다"고 적었다.
미국 수정헌법 14조에 따라 미국 땅에서 태어난 이들은 자동으로 출생시민권을 부여받는다. 다만 미국에 거주하는 해외 외교관의 자녀는 미국에서 태어나도 출생시민권을 취득할 수 없다. 국무부에서 무타나가 애초에 미국 시민이었다는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무타나는 미국 뉴저지주 출생이지만, 그의 아버지가 예멘 외교관 출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타나의 변호인인 하산 시블리는 이 같은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무타나의 변호인 측이 온라인상에 공개한 그의 출생증명서를 보면 무타나는 1994년 10월 28일 뉴저지주 해컨색에서 태어난 것으로 되어있다. 변호인은 또 이날 "무타나의 아버지는 1994년 6월 1일부로 외교관 신분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즉, 무타나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의 아버지가 외교관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태어난 무타나가 미국인이 아니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변호인 측은 그의 아버지가 무타나 출생 전 외교관직에서 물러났다는 사실을 미 정부에 통보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무타나가 과거 미국 여권을 소지했으나, 미 정부에서 박탈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극단주의를 연구하는 셰이머스 휴스 교수는 무타나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이번 사건은 근본적으로 미국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휴스 교수는 "그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산물이다. 우리는 그녀를 재판할 책임이 있다"면서 그의 시민권을 거부하는 것은 근시한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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