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인 사법기관이 의사 책임 범위 가려내기 어려워
'진료 기피' 초래한다는 의료계 반발도 한몫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이대목동병원 의료진들이 21일 1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신생아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주의 의무를 어긴 책임이 있다"면서도 "그것이 사망에 이르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유죄라고 판단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증거불충분'이라는 방패가 법정에서 의사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 분쟁 시 병원 측의 의료과실을 입증해내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행위가 명백하게 잘못됐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한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사법기관이 의사의 업무상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심지어 민사소송의 경우엔 의료진의 과실을 일반인인 환자가 직접 입증해야만 한다.
지난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 사망사건이 발생했던 신생아 중환자실[사진=김학선 기자] |
실제로 2011년 4월 탤런트 박주아(본명 박경자)씨가 서울 모 병원에서 신우암 치료를 위해 신장 절제 수술을 받던 중 십이지장 천공이 발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씨의 유족은 "의료진의 잘못으로 고인이 숨졌다"며 병원 관계자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과실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 증거를 찾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진료위축을 초래한다'는 의료계의 반발도 한몫한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 의료진에게 모든 사고의 책임을 떠넘긴다면, 의료진 사이에서 응급환자나 신생아 치료를 꺼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의료계는 주장한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구속됐을 당시 "시스템의 잘못으로 생긴 문제의 책임을 실무진에게 전가하는 것은 전국적으로 신생아 중환자실의 진료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시민단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이날 재판과 관련해 "의료 소송의 현실"이라며 "이 사건 때문에 현재 의료 소송 중인 다른 피해자들이 낙담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은 무죄를 선고 받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에 대해 항소할 예정이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