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소리방송(VOA), 美 대북 전문가 인용 보도
"북한, 수십년 째 식량난…국제 지원단체도 피로감"
"中 산둥처럼 집단 농업체제 포기해야 생산량 증가"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이 최근 유엔에 긴급 식량지원을 요청한 것과 관련, 미국 내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은 북한 당국이 자원을 정권 유지에만 투입하기 때문에 초래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21일 미국의소리방송(VO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체제는 자원을 정권 유지에만 투입하고 있어 만성적인 식량난을 유발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인도적 지원단체들 사이에 피로감이 높아져 있다"고 말했다.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북한 어린이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앞서 미국 NBC방송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가 최근 유엔에 긴급 식량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김 대사는 '긴급 식량 지원 요청'이라는 제목의 메모에서 "지난해 11월 26일부터 12월 8일까지 세계식량계획(WFP)과 공동으로 식량 상황을 평가한 결과, 전체 식량 생산량이 495만1000톤인 것으로 확인됐고, 이는 2017년에 비해 50만3000톤 줄어든 수치"라고 설명했다.
김 대사는 이어 "상반기에 20만톤의 식량을 수입하고 40만톤의 조기 수확을 계획하고 있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오는 7월 1인당 식량 배급량이 하루 표준 550g에 크게 못 미치는 310g에 그칠 것"이라며 "북한 정부는 국제기구들에게 이에 대한 긴급 대응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그러면서 "농업용 원자재의 공급을 제한하는 대북 제재도 식량난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며 "그 밖에 고온, 가뭄, 폭우 등의 자연재해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주민들이 북중 접경지역 노상에서 곡식을 팔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김 대사와 북한 측의 입장에 대해 미국 내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체제가 식량난의 주된 원인"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은 정권 유지에 필요한 부분에만 자원을 투입하는 북한 체제 자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특히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장기화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들 사이에 기부 피로감이 높아진 상태"라며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수십년 째 식량난 위기에 처해 있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북한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면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북한에서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친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도적 지원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북한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8월 북한 평안도 삭주군 압록강 인근에서 철조망 너머로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또 다른 전문가는 "북한의 집단농장체제가 식량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북한의 집단농업체제는 주민들에게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를 주지 못하는 아주 생산성이 낮은 체제"라고 비판했다.
브라운 교수는 이어 "과거 중국의 산둥지방도 북한과 똑같은 체제였다"며 "하지만 이곳은 1978년 집단적인 농업방식을 포기했고, 5년 뒤인 1982년 산둥지방 농장들의 생산량이 50%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브라운 교수는 또 "북한이 집단적인 농업방식을 포기한다면 농업 생산성도 높아지고 식량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