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주식회사 재팬’이 영국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날로 고조되자 기존의 생산라인 폐쇄 및 신규 투자 계획을 철회하는 기업들이 속출하는 모습이다.
지난 수년간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했던 일본 기업의 ‘엑소더스’는 가뜩이나 하강 기류를 타는 영국 경제에 작지 않은 타격을 가할 전망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반대 시위자들이 ‘유럽의 정신은 평화’라는 문구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19일(현지시각) 미국 CNN에 따르면 혼다와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체와 소니와 파나소닉을 포함한 전자업체까지 영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일본 기업이 꼬리를 물고 있다.
혼다는 영국에서 운영중인 유일한 자동차 제조 공장을 2021년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소 3500개의 일자리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닛산도 북잉글랜드에서 신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생산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들 업체는 브렉시트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이를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하고 잇다.
도요타는 투자 철회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무질서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하루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현지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전자 업체들도 유럽 비즈니스의 무게중심을 영국에서 다른 국가로 옮기는 움직임이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어 유럽 사업의 근간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쿄 소재 와세다 대학의 폴 베이컨 교수는 CNN과 인터뷰에서 “일본의 모든 경영자들이 브렉시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경제적 손실과 비즈니스 충격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의 EU 탈퇴 시한까지 남은 시간이 40일도 되지 않지만 테레사 메이 총리는 여전히 합의안에 대한 의회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영국 정부와 EU 측은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를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 신뢰가 이미 깨졌다는 것이 석학들의 지적이다.
일본 기업들의 영국 사업 철회가 늘어날 경우 경제적인 충격이 상당할 전망이다. 영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1000여개에 이르고, 이들 기업이 고용한 인력은 14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수년간 일본 기업들이 영국에서 단행한 투자는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 영국을 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은 셈이다.
하지만 브렉시트를 계기로 상황은 급변하는 양상이다. 일본무역진흥회의 조사에서 영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약 60%가 브렉시트의 부정적인 영향을 지적했다.
중장기 투자에 무게를 두는 한편 리스크에 대한 감내가 낮은 일본 경영자들의 특성이 영국 사업 철회를 부추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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