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오는 3월 29일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시한 막판까지 시간을 끌어 EU의 재협상 수용을 유도하겠다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전략이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EU 측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8일(현지시간)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시한을 일주일 앞두고 열리는 EU와의 정상회의(3월 21~22일)에서 EU 지도부가 굴복할 것이라고 오판하고 있다며 EU 회원국들은 이같은 전략으로 영국이 '노 딜 브렉시트(아무런 합의없이 EU탈퇴)'라는 재앙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지난달 15일 메이 총리는 자신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하원의 승인투표에서 압도적 표차로 부결되자 EU와의 재협상을 통해 합의안에 담긴 '안전장치(백스톱)' 조항을 수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의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와 보수당과 연정을 구성하는 민주연합당(DUP)의 지지만 얻어내면 브렉시트 합의안을 수월하게 통과시킬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백스톱은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하드보더(엄격한 통관·통행)'를 막기 위한 것이다. 백스톱은 브렉시트 전환기간인 2020년 말까지 EU와 영국이 무역 등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안전장치 하에서는 북아일랜드만 EU 단일시장 관할에 놓이게 된다.
이런 내용의 안전장치는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와 DUP의 반발을 샀다. 강경파는 합의안에 안전장지 종료시한이 없어 전환기간이 끝난 뒤에도 EU의 관세동맹에 남을 수 있다고 반대했다. 합의에 이를 때까지 안전장치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 없어 사실상 영구적으로 관세동맹에 잔류할 수 있다는 우려다. DUP는 안전장치로 영국과 북아일랜드 사이에 통관규제가 적용되면서 영국의 통합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메이 총리는 안전장치에 대한 법적 구속력있는 변화를 확보한다는 구상이지만 EU 지도부는 이미 작년 11월 합의된 사안이라며 재협상 거부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메이 정부의 각료들은 재협상 설득을 위해 브뤼셀, 스트라스부르, 파리, 더블린 등을 방문했고, 메이 총리 역시 독일,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스웨덴 지도자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재협상 설득을 위한 메이 총리의 바쁜 외교적 행보와 달리 실제 대화는 '공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EU 관계자는 "진행 중인 진짜 대화는 없다"며 "메이 총리에게는 시간을 벌기 위해 실제 대화가 벌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국내에 주는 것이 더 중요한듯 하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 측과 대화를 나눈 한 EU 주요국 장관은 영국이 브렉시트 막판에 EU로부터 양보를 얻어낼 것을 기대하고 스스로 상황을 위기로 몰고가기로 작정했다면서 메이 총리의 전략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렉시트를 일주일 앞두고 개최되는 EU와의 정상회의에서 메이 총리가 유일하게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경우는 브렉시트 시한을 규정한 리스본조약 50조를 연장하는 것과 더불어 중구난방인 요구를 구체화해 단일안으로 제시하는 것뿐이라고 두 명의 EU 고위 인사는 말했다. 영국 스스로도 재협상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브렉시트 합의안 원안에 반대했던 의원들이 메이 총리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줌으로써 안정을 찾는 듯했던 영국의 정치권은 브렉시트 시한이 다가오자 또다시 분열 양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정부 각료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의 한 각료는 EU 정상회의는 상당수의 장관들에게 너무 늦은 시점이라며 그 이전에 메이 총리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기 위해 이들이 사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각료는 "3월 초가 진짜 시한"이라며 "그것보다 늦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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