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항공사 최초로 창립 50주년...국내 항공업계 이정표
검찰 수사·주총 표 대결 등으로 축하 분위기 어려워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대한항공이 다음달 1일 창립 50주년 기념일을 성대한 축하행사 없이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국적 항공사의 창립 50주년은 국내 항공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로 대한항공 뿐 아니라 항공업계 전체에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내부행사로만 진행할 예정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가 지난해 불거진 갑질 논란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한진칼·대한항공 등 주요 계열사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KCGI 등 외부 세력과의 표 대결이 예정돼 있는 것도 부담스런 요인으로 꼽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스핌DB] |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창립 50주년 기념일이 당장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를 축하하기 위한 특별 행사를 별도로 준비하지 않고 있다.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열어오던 행사만 계획하고 있을 뿐 기자간담회 등 외부 행사는 따로 마련하지 않는다.
항공업계에서는 이같은 결정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이 업계 최초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데다 그동안 조양호 회장도 2019년을 기준으로 청사진을 제시, 직원들을 독려하는 등 많은 기대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2009년 창사 40주년 기념식에서 "2019년 창립 50주년 때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도약해야 한다"며 △매출 25조원 △국제 항공여객 수송 순위 10위권 진입 △화물 15년 연속 1위 등의 내용이 담긴 '2019 경영목표'를 발표했다. 5년 뒤인 2014년엔 "창사 45주년에 안주하지 말고 5년 뒤 초일류 항공사로의 도약을 위한 전환점으로 삼자"고 강조했다.
특히 이 두 번의 기념식은 매우 '특별하게' 치러졌다. 40주년 때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와 기념 분위기가 한껏 고취됐다. 창사 45주년 기념식에서는 조 회장이 자녀인 조원태 부사장과 조현아 부사장, 조현민 전무 등과 함께 웃으며 기념케이크를 잘랐다.
그러나 올해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시작된 조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현재 각종 횡령·배임·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또한 조원태 사장을 제외한 두 딸은 지난해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특히 KCGI 등 외부 세력이 한진 주요 계열사들에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다음 달 정기 주총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해진 상황도 조 회장 일가로선 부담스럽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 역시 사실상 한진그룹을 겨냥,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 틀린 것은 바로 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발언, 국민연금에 적극적인 스튜어드십코드 행사를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내부적으로 직원들끼리 행사를 하게 될 것 같다"며 "기자를 초청하는 등 외부적으로 크게 하는 행사는 따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대한항공은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래핑 항공기를 올해 말까지 약 10개월간 전 세계에 띄우기로 했다. A380-800을 비롯 B737-9, B777-300ER 등 총 10대의 항공기에 기념 엠블럼과 슬로건을 래핑, 세계 곳곳을 누비도록 한다.
항공기에 래핑되는 기념 엠블럼은 숫자 '50'에 우리나라 고유의 태극문양을 더하고 그 위에 대한항공 항공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기념 슬로건인 'Beyond 50 Years of Excellence'에는 지난 50년의 노력과 이를 발판 삼아 앞으로의 50년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또한 대한항공은 고객 대상 다양한 감사 이벤트를 펼친다. 취항지 중 50개 노선을 선정, 매일 1개 노선에 5% 할인 쿠폰을 증정하고, 투표에 참여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진행해 경품을 증정하는 행사 등이다. 50년 전 첫 국제선 취항지였던 베트남 호치민과 연계한 이벤트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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