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오른 초고가 명동 화장품 상권은 "글쎄요" '정중동'
강남 "공실 나도 올린다" vs "임대수익 깎였다..건물주가 '을'"
[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정부가 명동과 강남 등 고가 토지가 밀집한 지역에 대해 대폭적인 공시지가 인상을 단행하면서 건물주들의 세금 부담이 임차인들에게 전가될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오전 기자가 찾은 명동 쇼핑 거리는 ‘정중동’ 분위기였다. 명동역 6번 출구를 나와 30여미터를 가면 우리나라 최고 땅값의 위치에 자리에 화장품 매장 '네이처리퍼블릭'이 보인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1㎡당 9130만원에서 올해 1억8300만원으로 배 이상 올랐다. 이 자리는 단순한 흑자, 적자 차원보다는 홍보 등 전략적 차원에서 입점하는 곳이다.
네이처리퍼플릭 관계자는 "임대료 부분 등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할 부분이 없다"면서 "플래그십 전략 차원에서 네이처리퍼블릭을 대표하는 매장이고, 앞으로도 계속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명동 플래그십 매장, 공시지가 인상 임대료 부담에 "관심없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사진=김양섭 기자] |
명동 상권이 상당히 기울었다고는 하지만 압구정, 이태원 등에서 최근 공실이 급증한 것과는 상황이 달랐다. 명동 쇼핑 거리에는 공실이 많지는 않았다. ‘임대문의’가 적힌 곳이 2~3곳 정도 눈에 띄었지만 전체 상권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했다. 일부 식당 앞에는 오전 일찍부터 외국인들이 긴 줄을 선 곳들도 있다. 다만 과거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 등을 중심으로 화장품 매장이 북적이던 모습들은 보이지 않는다.
14일 오전 명동의 한 토스트 가게 앞에 외국인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김양섭 기자] |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해 이슈가 된 바 있는 스킨푸드 매장이 눈에 띄었다. 한 매장의 직원은 “여기 명동 상권에 4개의 스킨푸드 매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고 최근 시장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그는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상권의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본사의 제품 수급 문제를 의식한 듯한 설명이었다. 또 “오전보다는 오후나 저녁에 손님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다만 이슈로 부각된 ‘공시지가 상승 부담의 임대료 전가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겠다. 관심이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오전에 일하는 상인들이 점주가 아니고 직원들인 탓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점주로 추정되는 A씨는 “그런건 왜 물어보냐”며 거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명동 쇼핑 거리에 위치한 스킨푸드 매장. [사진=김양섭 기자] |
최근 화장품 로드숍들의 불황 원인이 임대료 문제는 전혀 아니다.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임대료 문제가 추가로 불거질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도 분분하다.
◆ 강남은 걱정반 "가로수길에서 세로수길, 이젠 다른 곳으로 넘어가네요"
강남권에 위치한 백마부동산의 양석영 부장은 “강남지역의 현재 분위기는 세금이 대폭으로 오를까봐 걱정들을 많이하고 있다"면서 "보유세가 오르면 임대료에 전가시키려는 움직임들이 있고, 공실이 나도 그냥 버틴다. 우리가 ‘시세가 그게 아니다. 왜 공실로 두느냐’라고 설득을 해도 잘 안 된다. 그런데 또 그렇게 공실로 있다가 기다리다 보면 임대인들이 원하는 가격에 임대가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공실이 많아지고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면서 상권이 가로수길에서 세로수길로 넘어갔고, 이제 세로수길이 비싸서 다른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정한 조세 취지는 좋으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마찬가지로 이번 공시지가 인상도 급격한 측면이 있다. 조세저항을 고려해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올리면서 추이를 살폈어야 시장의 왜곡을 막을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명동 화장품 상권같은 경우 이미 다른 요인들로 타격을 받은 상황인데, 이미 쇼크가 있는 상태에서 이걸로 인해 임대료가 당장 오르진 않을 것 같다”면서 “다만 장기적으로 업황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 건물주들이 기존의 조세부담을 임대료 인상으로 반영시킬 여지는 있어 보인다”고 했다.
반면, 보유세 부담이 임대료로 전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반응도 있다.
서울 종로에 상가 건물을 보유한 B씨는 “최저임금 사태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잇따르다 보니, 공실 날까봐 건물주들이 이미 ‘을’의 위치에 있는 상황인데, 무슨 보유세 전가를 하느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이미 임대료를 깎아주며 임차인을 붙잡다보니, 월세 수입이 20% 줄었다" 라고 덧붙였다.
강남에 건물 2채를 보유한 C씨는 “보유세 오르는 정도는 사실 부담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거 [보유세 상승] 때문에 임대료를 인상하는 건 아닌 것 같고, 건물값이 급등하면서 손바뀜이 많이 일어난 동네에서 신규 진입자들은 대부분 담보대출을 많이 끼고 들어오는데 이자 비용 상쇄 차원에서 임대료를 올리는 경우는 많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리면 공실이 나고, 결국 임대료도 시장이 결정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도 임대료 전가 가능성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큰 매장들은 대부분 장기계약을 하고, 실제로 재계약 기간이 와야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데 건물마다 다르겠지만 시차도 상당히 있고, 그 시점이 오더라고 화장품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면 건물주들이 그렇게 임대료를 올릴 수 있을지 다소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근본적인 대책을 강조했다. 건물주가 조세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시키는 가능성에 대해 최 회장은 “누구나 이득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어서 이런 이슈들은 계속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상가임대차보호 시스템에 있는 ‘환산보증금’ 제도를 폐지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산보증금이란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보증금과 월세 환산액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상가임대차 보호법은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세입자에 대한 보호 범위를 구분하고 있다. 환산보증금이 일정액을 넘게 되면 건물주가 월세를 올리는 데 제한이 없어진다.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