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화보다 실질적 경제 대안책 앞세운 ‘새 정당’ 강조
양당 조기통합 ‘급물살’…“예상보다 추진속도 빨라”
평화당, 22일 비공개 워크숍에서 본격 논의 들어갈 듯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완전히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간 신(新)당 창당 논의가 급물살을 탄 가운데 유성엽 민주평화당 최고위원은 14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유 의원은 “옛 국민의당을 복원하는 수준으로 통합한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정책적 대안과 발전적 비전을 제시하는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 kilroy023@newspim.com |
◆ "27일 한국당 전당대회 이후 평화당·바른미래당 통합 논의 속도 붙을 것"
평화당·바른미래당 중진 의원들은 최근 양당 통합에 기반한 창당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국회에서 공개 토론회를 열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맞설 제3정당이 출현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
지난달 바른미래당 박주선·김동철 의원과 평화당 장병원 원내대표가 회동, 양당의 조기통합 필요성을 논의한지 보름여 만이다.
바른미래당에선 박·김 의원 외에도 김중로·이동섭·임재훈·최도자 의원 등 6명이 이날 토론회에 자리해 통합론에 힘이 실렸다. 그간 “평화당 의원 14명과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 6명이 모이면 최소 원내 교섭단체가 구성된다”는 얘기는 꾸준히 흘러나왔다. 국회법에 따르면 20인 이상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은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얻는다.
평화당 내부에서는 예상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창당 논의는 오는 22~23일 예정된 평화당 비공개 워크숍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당초 민주당이 공천 룰을 정하는 4월께 진영이 재편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이르면 3월 중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내부 노선이 갈린 바른비래당에 비하면 창당을 둘러싼 평화당 내 이견 차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유 의원은 “한국당 전당대회 이후 3~4월쯤 구체적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이후 내년 총선 전까지 창당 논의는 2~3단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 kilroy023@newspim.com |
◆ “세력화? 정치공학적 이합집산부터 넘어야…안철수 합류도 OK”
다만 유 의원은 “세력화도 중요하나 새로운 정책 역량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며 “정치공학적 이합집산(離合集散)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 국민의당 복원’이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 의원은 “지금은 거대 양당의 대안세력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등 돌린 민심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원죄를 짊어진 자유한국당으로 가지는 않는다”며 “중간에서 쏟아져 내리는 민심을 받을 그릇이 없다”고 빗대어 표현했다. 이런 상황에서 분가한 식구들이 다시 뭉치는 데 그친다면 또 다시 실패한다는 것.
유 의원은 “이번 창당 추진은 당 대(對) 당 통합이나 국민의당 복원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과거 세력의 결집은 그저 새 그릇을 만드는 과정의 일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당 인원 수만 늘리는 정도로는 성공의 길을 열기 어렵다”고 힘줘 말했다.
그 성공의 길을 기약하기 위해 안철수 전 대표 역시 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안 전 대표의 합류 가능성을 묻자 “어떻게 사람을 놓고 ‘된다, 안된다’ 논하겠냐”고 답했다. 사실상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유 의원은 “물론 지금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놓인 데 안 전 대표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의미없는 얘기”라며 “우리가 갈 길과 방향성에 동의하면 뭉쳐야 하고, 과감하게 목소리를 낼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 kilroy023@newspim.com |
◆ “이념논쟁 벗어나 경제 처방책 제안할 수권정당 만들어야”
그렇다면 그가 지향하는 대안 정당은 어떤 그림일까. 해묵은 이데올로기 논쟁에서 벗어나 실질적 경제 처방책을 제시하는 수권정당이다.
유 의원은 “경기불황 원인을 제대로 짚고, 이를 바로 잡는 대안을 제시하는 경제정당”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가 나날이 어려워지는 데 대한 근본적 책임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있다”며 “국정 농단으로 적폐를 쌓고 남북관계를 파탄냈으며 경제까지 망쳤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경제 성적표는 더 나쁘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지금 문 정부가 가는 길은 성공의 길이 아니다”라며 “과거 함께한 동지들이기에 솔직히 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성공하길 바랐다”며 말끝을 흐렸다.
유 의원은 “이제 경기불황에 지친 민심이 자칫 국정 농단이란 원죄가 있는 정당으로 옮겨갈 여지가 있다”며 “이는 역사의 후퇴”라고 우려했다. 그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벌써 의기양양한 모양새”라며 “그는 촛불혁명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인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한반도 평화만큼 국민 경제생활에도 평화가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적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남북 평화는 강 건너 불구경이나 마찬가지”라고 쓴 소리를 날렸다.
유 의원은 경제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부문 축소 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은 공공부문의 개혁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불필요한 정부 일을 과감하게 줄이면 20~30조원에 달하는 재원이 마련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대폭 확충하는 동시에 노동개혁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경제가 살아나려면 노동 유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의 개혁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또 연구개발(R&D) 확대도 국가 경제를 살릴 방안으로 언급했다. 그는 “국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R&D 비중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작지 않다. 그러나 단기 성과에 매달려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예산 집행방식과 운용 목적을 잘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 kilroy023@newspim.com |
◆ “핵심 정치과제 이미 정해져있어…선거제 개혁·분권형 개헌”
제3정당의 정치 과제로는 선거제 개혁과 분권형 개헌을 꼽았다. 유 의원은 “정치개혁 과제의 해법은 이미 나와있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혁과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할 분권형 개혁 추진이 정답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현행 선거제로는 거대 양당제란 결과가 불가피하다. 이런 양극단 체제 아래 정치권은 대선 이후 정쟁을 반복하고 있다”며 정쟁을 중단할 유일한 해법으로 선거제 개혁을 강조했다.
또 “최근 사법농단 사태로 불거진 제왕적 대법원장 문제를 비롯해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까지 풀어내려면 권력이 분산된 분권 사회로 가야 한다”며 지방 분권을 포함한 분권형 개헌을 언급했다.
복지 문제에선 경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성장일변도를 경계해야 하나 성장을 도외시한 복지 만능주의도 안된다”며 “성장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되, 성장이 앞장 서서 복지를 끌어내는 수순을 잘 밟아야 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국가의 기본골격이 바로서면 교육 개혁도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20대 국회 전반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유 의원은 “교문위원장 임기를 마치며 현행과 같은 독임제 행정체제로서의 교육부는 안된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의 교육 행정체계는 특정 정당 소속 대통령이 임명하는 교육부 장관이 이끌어간다”이라며 “이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여야 할 교육 정책이 오년지소계(五年之小計)에 멈추도록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독립적 합의제 집행기관인 교육위원회 중심으로 가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정권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공교육을 살릴 방안, 진정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아이들을 키워낼 방안 등을 고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16년(6-3-3-4) 수학연한을 14년(5-5-4)으로 단축하는 학제 개편을 언급했다.
그는 남북 문제에 관해선 “소위 진보세력의 주장이나 접근이 맞다”며 “그대로 지키자는 쪽은 보수, 고쳐나가는 편은 진보라고 봤을 때, 남북관계는 이대로 고착화돼선 안된다”고 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도입하는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목표로 하는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