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버스회사 상대 통상임금 소송서 버스기사에 손
“‘신의칙 항변’ 무조건 인정, 경영위험 근로자에게 전가돼”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 통상임금 분쟁 관련,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는지 여부를 보다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기업 경영상 어려움을 우선 인정할 경우, 경영에 따른 위험을 근로자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토록 한 근로기준법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이유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0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대법원(주심 박상옥 대법관)은 인천광역시 버스운송회사 소속 기사들이 해당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고 14일 밝혔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라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한다고 하여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그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인천광역시 버스운송회사에서 근무하는 버스기사들은 회사 측을 상대로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돼야 한다며 통상임금을 재산정하고 이에 따른 추가법정수당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재기했다.
그러나 버스 회사는 이들 주장에 따라 추가 수당을 소급 지급할 경우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 질 정도로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버스회사의 이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에 대한 사측 항변을 받아들인 것이다. 항소심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근로자들의 추가 법정수당 중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을 공재하면 근로자들이 피고에게 청구할 수 있는 추가 법정수당은 약 4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며 “회사 매출액 규모, 영업이익 수준 등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추가 법정수당 중 상당부분을 변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 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해 근로자의 기본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기업 경영 상황은 기업 내․외부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는데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배척하면 경영에 따른 위험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상임금소송에서 사용자의 신의칙 항변을 인용할 것인지에 관한 기존 판례는 원칙적으로 유지하지만,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하는지 등 여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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