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24개 자사고 중 서울에서만 13개 평가 받아
통과 기준 10점 상향 자사고에 유리한 지표 배점 낮춰
전문가 “무더기 지정 취소 우려, 피해는 학생이 떠안아”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5년마다 시행되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본격화된 가운데 일선에선 ‘탈락 선정을 위한 평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교육 당국이 기준선을 대폭 상향했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의 요구를 도외시한 채 사실상 ‘자사고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1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 24개 자사고 가운데 서울에서만 13개 학교가 평가를 받는다. 평가 대상이 서울에 집중된 상황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11월 2기 임기 청사진을 담은 백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2020년까지 학교 신청을 포함해 자사고 5개교를 자사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에 목표치를 정해 둔데다 ‘자사고 폐지’가 조 교육감의 2기 핵심 공약이라는 점이 맞물려 논란은 거세졌다. 그러자 그는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학교 수를 잠정적으로 잡아 놓은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서울시교육청은 평가를 앞두고 평가 항목 5개를 추가하고 통과 기준도 기존 60점에서 70점으로 대폭 상향했다. 평가 항목엔 ‘교실 수업 개선 노력 정도’ ‘학생 참여 및 자치 문화 활성화’ ‘안전교육 내실화 및 학교폭력예방 근절 노력’ 등이 신설됐다.
특히 교육청의 재량 평가를 기존 10점에서 12점으로 올렸다. 반면 재정·시설여건 항목과 학교 만족도, 교원의 전문성 등의 배점은 낮췄다. 그동안 비교적 점수 얻기 쉬웠던 지표들의 영향력이 낮아진 셈이다. 현장 반발이 거세진 이유다.
이에 일선에서는 “재평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분위기기 팽배하다. 오세목 자사고연합회장(서울 중동고 교장)은 “서울뿐만 아니라 탈락을 유도하기 위해 재평가 기준을 전국적으로 강화했다”며 “자사고에 유리한 지표 배점은 낮추고 불리한 지표는 배점을 올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오 회장은 “서울 소재 자사고가 예비 평가를 자체적으로 실시한 결과 통과하는 학교가 없는 걸로 나왔다”며 “자사고 운영 취지에 반하는 기준인데다 법적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학교에서 시험을 치더라도 시험 범위를 알려준다”며 “사전 예고하지 않아 5년 전 평가를 기준으로 준비했다”고 토로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자사고 정책은 거시적 관점을 갖고 국가 차원에서 검토하고 결정해야 한다”며 “갑작스런 평가 변경과 기준 강화로 자사고를 무더기 지정 취소한다면 갈등과 충돌은 불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자사고는 김대중 정부에서 평준화 교육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돼 노무현 정부 때도 이어진 정책”이라며 “4차 산업 혁명과 미래 교육 환경을 감안해, 더욱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을 추구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각 시·도교육청은 3월까지 자사고 학교별 만족도 조사를 끝낸 뒤 4~5월 서면 평가와 현장 평가를 실시한다. 결과를 토대로 시·도교육감이 지정 취소를 결정하면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은 뒤 지정 취소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