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10일 자신의 블로그에 생각 밝혀
태영호 “金 유럽식 의전, 英 왕실 멋있어 보여 따라한 듯”
‘공연관람형식 등에서 공산주의 깨고 유럽식 가려는 것’ 관측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상에 대해선 “북미 간 이견만 확인한 듯”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열린 북한의 제71주년 건군절 기념식과 관련해, 탈북민 출신 인사인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전 형식이 공산 국가들의 일반적 형식에서 유럽 왕조국가 형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10일 자신의 블로그인 ‘태영호의 남북동행포럼’에 올린 글에서 “이번에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별관에서 건군절 경축공연을 관람한 모습을 보면 유럽식, 귀족식인 것을 알 수 있다”며 “공연관람형식과 객석구조에서부터 김정은이 공산주의식을 깨고 유럽식으로 가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사진=태영호 전 공사 블로그] |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건군절 경축공연을 관람하면서 처음으로 당 중앙위원회 본부 별관 극장을 공개했는데, 이를 보면 발코니로 된 유럽식이었다”며 “뿐만 아니라 김정은이 발코니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아래 객석에 앉아 있던 군부 지도자들을 내려 보면서 손을 흔들기까지 했는데 이는 영국 왕실 가족들이 로열 앨버트 홀의 발코니에서 관중들에게 손 인사를 하는 장면을 방불케 했다”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2015년 장룡식(북한의 지휘자 겸 작곡‧편곡자)이 영국에 왔을 때 로열 앨버트 홀 등 영국의 극장 발코니 구조를 설명해 달라면서 연구하는 것을 보고 ‘왜 그럴까’하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오래 전부터 김정은은 발코니에서 공연을 관람해보고 싶었던 꿈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제는 공연관람형식과 객석구조에서도 공산주의식을 깨고 유럽식으로 가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상을 위해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한편 태 전 공사는 최근 평양에서 진행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전 스페인 주재 북한공사)의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상과 관련해 “북미정상회담 의제가 원만히 타결되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언론은 비건의 평양 방문을 보도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며 “하나는 김정은의 동선이 사전에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함이고, 하나는 (김혁철이) 비건과의 회담에서 미북정상회담의 합의 내용들을 원만하게 타결하지 못한 사정과 관련된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비건은 서울로 돌아와 ‘회담은 생산적이었고 양측 모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으나 그의 표정이 무거웠고 또 기자들을 피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상회담 합의문 내용을 놓고 아직 북미 간 의견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북한의 경우 6.12 싱가포르합의대로 ‘선 신뢰구축 후 비핵화’ 원칙에서 신뢰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상응조치’, 즉 미국의 부분적 제재해제와 같은 것을 요구했을 것 이고 미국은 핵시설 목록신고와 같이 ‘비핵화 초기단계’ 조치가 없으면 제재해제로 넘어가기 힘들다는 원론을 고집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사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내놓은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개설과 같은 상징적인 조치보다 북한에 물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와 같은 제재의 부분적 해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북미가 이견을 드러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