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4.5%·최대 1200만원에 하루 80명 찾아오던 청년층
다른 상품은 대출 어려워, 청년대출 막혀...신복위도 손 놔
[서울=뉴스핌] 류태준 기자 = #대학교 졸업을 유예한 A씨(28)에게는 '햇살론' 같은 청년 정책자금이 큰 힘이다. 학기 중에는 한국장학재단 생활비 대출(학기당 최대 150만원)을 받았지만, 서울에서 자취를 하니 자금이 워낙 부족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취업준비까지 시작하자 아르바이트로도 충당하지 못하는 돈은 신용회복위원회 햇살론에 의지했다. A씨는 이번달에도 새학기와 공채 시즌을 앞두고 다시 돈을 빌리려 했지만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아직 1인당 대출 한도에는 여유가 있어 안심했는데 갑작스럽게 상황이 변해 당황스러웠다.
[사진=신용회복위원회 안내문] |
◆신복위 '대학생·청년 햇살론' 기금 고갈...매년 청년 2만명 대출 길 막혔다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층에게 가뭄의 단비였던 '포용적 금융' 문이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는 지난달 21일부터 '대학생·청년 햇살론'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대학생·청년 햇살론은 금융소외계층인 저소득 청년 취업자와 대학원을 포함한 대학생이 신복위의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생활자금대출이나 고금리전환대출을 진행할 수 있는 제도다.
총 운영 규모는 3100억원 정도다. 신복위의 보증으로 재원의 5배까지 대출이 가능해 은행들이 출연한 500억원을 재원으로 2500억원 규모로 운영했다. 지난해 2월 신용카드 사회공헌재단에서 80억원, 그리고 같은해 10월 기금운영수익 40억원을 더해 유지해왔다.
신복위 햇살론은 제한이 까다롭지 않고, 금리도 낮아 청년층의 인기를 끌었다. 대학생의 경우 나이를 따지지 않고, 재휴학 여부도 상관없이 지원이 가능했다. 그 외의 청년도 만29세 미만(군필자는 31세)이면 신청이 가능했고 연간 500만원(1인 최대 1200만원)을 4.5% 또는 5.4%의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었다.
덕분에 지난 2016년 588억7100만원, 2017년 612억9100만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599억 6000만원을 청년층에게 내줬다. 그러나 올해 들어 보증한도가 꽉 차면서 기금이 고갈됐고, 추가로 재원이 마련되지 않아 사업을 끝내게 됐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대학생·청년 햇살론을 이용해온 청년은 총 8만7211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2만명이 넘는 청년이 대출을 진행했다. 하루 평균 192명이 찾아와 상담을 받고, 평균 80명이 대출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6월 재개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정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던 것이고, 금융위를 포함해 여러 곳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없어 사업 중지로 보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다른 정책 금융상품은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 요구..."악순환 우려"
서민금융진흥원에서도 대학생·청년 햇살론을 운영한다지만 상대적으로 안정된 신용 1~6등급을 대상으로 한다. 5등급 이상의 청년은 기초생활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등에 해당 될 때만 가능해 현실적으로 대출 문이 좁아졌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대 청년층의 대출 사유 가운데 49.59%에 달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항목은 주거관리비 등 기초생활비다. 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2금융권에 과도하게 의지하거나 대부업에 내몰려 사회 생활 시작부터 많은 빚을 지닌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포용적 금융 공백이 청년층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드시 써야 할 돈 때문에 대출이 필요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으니 햇살론 등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멀어지면 고금리와 연체의 늪에 빠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은 설 연휴 홍보활동에서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알지 못해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히려 신용회복위원회가 청년 포용적 금융의 중요 부분인 햇살론 사업을 이어가지 못하면서 이같은 당부가 힘을 잃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kingj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