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판사 블랙리스트’ 이규진 업무수첩·김앤장 문건 물증 제시
양승태 구속심사서 ‘태도’ 등 영장 발부에 영향 관측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사법농단’ 최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4일 구속되면서, 검찰의 핵심 물증이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입증에 통했다는 분석과 함께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부인 태도가 구속에 결정타가 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명재권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판사는 “범죄사실이 상당부분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증거 인멸의 우려 있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개입 △ 통합진보당 소송 개입 △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및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 유출 △법원 예산 유용 등을 최종 승인하거나 지시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구속심사에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사법농단 수사를 이끈 검사들을 전면에 내세워 양 전 대법원장 측과 법리 공방을 펼쳤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을 직접 기획 실행한 핵심이라고 주장한 반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잘 모른다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 외에 양 전 대법원장도 직접 나서 몇 가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영장 발부를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사법농단’ 의혹의 최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01.23 |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의 결정타는 검찰이 제시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업무수첩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검찰에 따르면 이 판사 수첩에는 ‘판사 블랙리스트’ 관련, 양 전 대법원장이 직집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大(대)’자 표시가 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검찰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김앤장 문건도 양 전 대법원장 구속에 직접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양 전 대법원장과 김앤장의 한 변호사가 일본 강제징용 재판에 대한 논의한 문건으로 알려진 이 문건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판사 블랙리스트를 겨냥한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V’자 표시가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심사 과정에서 태도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한 중견 변호사는 “증거인멸 우려 등으로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는데, 구속심사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혐의 부인 등 발언을 했을 것으로 본다”며 “검찰의 증거 외에도 이 부분이 오히려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병대 전 대법관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번째 구속심사에서도 구속을 피하면서 양 전 대법원장과 운명이 엇갈리게 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전 대법관 등 사법농단 관련 피의자에 대한 기소 여부를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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