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자회사 편입 승인...아시아 리딩금융그룹 '신한' 초석
인수대금 2조2989억+공개매수+신한생명 합병 등 4조 필요할 듯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마침내 품에 안았다. 금융당국이 16일 신한지주의 자회사 편입을 승인하면서 최후의 관문을 통과했다.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2020 스마트 프로젝트’의 마지막 퍼즐도 완성해 조 회장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가 오렌지라이프생명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계열 라이프투자유한회사와 작년 9월 맺은 지분 59.15% 매매계약 종결 조건은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승인’이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정례회의를 열고 승인해줘 주식 매매 대금만 지급하면, 신한지주는 오렌지라이프를 자회사로 두게 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김학선 기자] |
그러나 실무적으로 불편한 관문이 남아있다. 계약대로 주당 4만7400원씩 총 2조2989억원을 라이프투자유한회사의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에 지불하고서도 신한지주가 오렌지라이프의 잔여지분도 사들여 100% 완전 자회사 편입할 것으로 보여서다. 작년 지분 인수 계획과 함께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키로 했는데 표면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이지만 향후 완전자회사 편입에 대비한 지분 확대 옵션으로 해석된다.
공개매수를 통해 잔여지분 40.9%를 MBK파트너스와 계약한 매매가격으로 사들이면 총 1조5879억원이나 더 써야 한다. 오렌지라이프 인수 금액은 4조원 가량으로 늘어난다. 오렌지라이프의 최근 주가가 2만7000원대로 내려앉아 공개매수가격을 작년보다 50% 가량 낮출 수 있지만, 주주들의 반발이 뻔하다.
신한지주의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와 합병 이슈도 불거진다. 생명보험사 2개를 자회사로 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분 합병 비율 문제가 주주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다만 두 회사의 자본력이 좋아 추가적인 자본확충 부담은 없다.
비용이 얼마가 들어도 조용병 회장은 승자다. 매년 3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내는 신한금융그룹은 M&A(인수합병)에 돈을 써야 한다. 그룹의 은행, 증권, 카드 등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열세인 생명보험업을 키우기 위해 업계 10위권에 불과한 신한생명에 증자하는 것보다 대형 보험사 인수하는 게 낫다는 게 그룹 분위기다.
오렌지라이프 인수는 조 회장이 구상한 ‘2020 스마트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는 의미도 있다. 아시아 리딩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각 사업부문별 리딩 위치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CEO(최고경영자) 진용과 글로벌·GIB(그룹&글로벌 투자금융) 등 사업부문(매트릭스) 조직도 완성했다. 그룹의 모든 조직과 동력이 조 회장의 목표로 집중되는 구조가 됐다.
조용병 회장은 “2020 스마트 프로젝트의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기반으로 보험업계의 판도를 새롭게 바꿔 업계 톱 3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 회장의 뜻대로 사업구조와 조직이 정비되고 CEO들도 교체됐기 때문에 과거 신한사태를 씻고 제2의 신한으로 변신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