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정상회담 등 교섭 실마리 못찾아
다리 역할 해줄 한국과도 관계 악화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권의 최대 중요 과제’로 규정하고 있는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아베 총리가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의욕을 보이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는 실현될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일 교섭의 중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 한국과의 관계도 최근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5일 정부·여당 연락회의에서 러일 평화조약 교섭과 함께 납치문제를 외교 과제로 거론하며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납치문제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베이징(北京)의 대사관 루트 등을 통해 북한과 접촉을 꾀해 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북한과의 교섭을 위해 모든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설명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러일 교섭과는 대조적으로 북일 간에는 교섭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일본 정부 내에서는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교섭에 온 신경을 집중하면서 일본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북일 관계는 정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도 지난 10일 런던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관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강제징용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 급격히 악화
납치문제 해결 등 북일 간 교섭 실현에 대한 기대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북한과의 다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한국과의 관계가 최근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에 대한 한국 구축함의 화기관제 레이더 조준 문제로 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자민당 내에서는 주한 일본 대사의 소환 및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 등 대한(對韓)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월과 9월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를 언급하며 김 위원장으로부터 “일본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대답을 이끌어 냈다. 이에 일본 정부 내에서는 문 대통령이 북일 교섭의 중개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냉각되면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해 APEC을 비롯한 일련의 아시아태평양 정상회의는 물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만남을 갖지 않았다. 양국 정부가 일정을 조정해 왔던 문 대통령의 방일도 완전히 무산됐다.
통신에 따르면 일본인 납치피해자 가족들은 15일 납치문제담당장관을 겸임하고 있는 스가 관방장관을 만나 “하루라도 빨리 재회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스가 장관은 “전력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답했지만, 지금으로서는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15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만난 일본인 납치피해자 가족들.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