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초부터 자동차와 금융, IT와 소매 등 주요 업종 전반에 걸쳐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과 이익 전망 하향 조정이 꼬리를 물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한 관세 전면전과 이에 따른 중국의 성장 둔화, 여기에 널뛰기를 연출하는 금융시장까지 구조적 악재가 맞물린 데 따른 후폭풍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상하이(上海) 애플 매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공룡 기업들의 실적 하향 조정의 배경에는 중국의 경기 한파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3일 애플이 지난해 4분기 매출액 전망치를 앞서 제시한 수치보다 최대 9% 낮춘 840억달러로 수정, 아이폰 출시 이후 처음으로 분기 실적 전망을 떨어뜨린 데 이어 이날 골드만 삭스는 스타벅스가 애플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스타벅스가 성장 둔화로 한파를 맞을 것이라는 얘기다. 골드만 삭스는 스타벅스의 목표주가를 75달러에서 68달러로 낮춘 한편 투자의견 역시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스타벅스는 중국 영업점을 최근 4년 사이 두 배 확대, 36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골드만 삭스는 KFC 모기업인 얌 브랜드 역시 같은 이유로 매도를 권고했다.
명품 브랜드와 유통 업체도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티파니와 루이뷔통의 모기업 LVMH이 중국 현지 매출 둔화를 경고했고, 메이시스와 콜스는 무역전쟁의 파장으로 지난해 연말 쇼핑시즌 매출이 기대치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과 연비 규제 강화 등 유럽에서 복병을 만났다. 영국 자동차 업체 재규어가 최근 4500명에 달하는 감원 계획을 밝혔고, 미국 포드 자동차 역시 수 천명에 달하는 감원을 포함해 유럽 비즈니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미국 자동차 수출입 현장 [사진=블룸버그] |
항공과 운송 부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가가 지난해 4분기 이후 폭락했지만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델타 에어라인 등 주요 항공사가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정부 셧다운과 주요국 경기 부진이 성장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는 유나이티드 콘티넨탈의 4분기 순이익이 주당 2.02달러로, 예상치인 2.29달러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사우스에스트의 경우 올해 이익이 주당 4.90달러로 앞서 제시한 전망치 5.30달러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택배 업체 페덱스도 무역 마찰 및 정부 셧다운 사태를 빌미로 올해 실적에 대해 잿빛 전망을 내놓았다.
금융권에서도 감원 한파가 거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전세계 주요 비즈니스 거점에서 500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체 직원의 3%에 해당하는 것으로, 2016년 이후 최대 인력 감축을 단행하는 셈이다.
대규모 퀀트 펀드 업체인AQR 캐피탈 매니지먼트 역시 이틀 전 실적 부진에 따른 감원 계획을 발표했고,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고위 경영진 15%를 감축하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진전을 이루고 있고, 연방준비제도(Fed)가 매파 기조에서 한 발 물러섰지만 월가 이코노미스트의 경기 전망은 흐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실시한 조사에서 앞으로 12개월 이내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한 투자자가 24%로 6년래 최고치를 나타냈고, 2020년 침체를 예상하는 이들은 56%에 달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 셧다운 사태가 지속될 경우 3% 성장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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