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가격 상승… 최저임금 등 인건비도 일부 반영"
약가인하 손실 만회 전략? "규모·수익구조 달라 불가능"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후시딘, 쌍화차 등의 일반의약품(OTC)의 약국 공급가가 잇따라 인상되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원재료 가격이 오른 데다, 최저임금 인상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동화약품 '후시딘'(왼쪽)과 광동제약 '광동쌍화탕'. [사진=각 사] |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의 후시딘, 광동제약의 광동쌍화탕, 광동우황청심원 등을 약국에 공급하는 가격이 올랐다. 공급가가 오른 만큼 해당 제품들의 소매가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의약품의 소매가는 개별 약국에서 결정한다.
동화약품은 이달부터 후시딘의 약국 공급가를 11~15% 인상했다. 용량에 따라 후시딘 5g과 후시딘 10g은 각각 15%와 11% 올랐다. 그동안 후시딘 5g의 소매가격은 5000원 안팎이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라 공급가를 인상했다"며 "8년 만에 후시딘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국에서 한 병당 500~600원에 팔리고 있는 광동쌍화탕의 공급가 기준도 15% 인상된다. 광동우황청심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격이 올랐다. 가격 인상 폭은 우황 및 사향 함유량에 따라 평균 12~20% 수준이다.
광동제약 역시 원재료 상승을 공급가 인상의 원인으로 꼽았다.
의약품은 소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군에 속한다.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도 높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은 매년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 실제로 동화약품의 후시딘은 2011년에 공급가를 인상 이후 8년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광동제약의 쌍화탕 가격 인상도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A 제약사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도 의약품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제약사들은 몇 년에 한 번씩 10~15% 정도 공급가를 인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약가 인하 등 전문의약품에서 생긴 손실을 일반의약품으로 만회하려 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문의약품(ETC)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약값을 책정하며, 이를 제약사의 뜻대로 인상할 수 없다. 또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약가는 인하된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전문의약품의 이익률이 일반의약품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의약품 판매 규모는 일반의약품의 판매 규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제약사 매출의 대부분은 전문의약품이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의 수익구조가 다르다"며 "일반의약품 공급가를 올린다고 해서 전문의약품 약가 인하분을 메꿀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올해 일반의약품 공급가 인상에는 최저임금 인상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등 인건비 상승도 제품 공급가 인상의 배경"이라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