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에 총파업…우려했던 '고객 혼란' 사태는 아직 없어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 은행 업무가 시작되기 전인 8일 오전 8시 50분, KB국민은행 서울 낙성대역점을 찾은 대학원생 김아름(가명·26)씨의 얼굴이 어두워보였다. 체크카드를 재발급해야만 해 찾은 은행 유리창에 파업과 관련한 '사과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파업으로 은행 창구 직원이 출근하지 않아 행여 체크카드 재발급 업무를 볼 수 없을까 조바심이 난다고 답했다. 그는 "급한 일이 있어 체크카드를 꼭 발급받아야 하는데 걱정"이라며 "언론을 통해 파업이 진행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막상 은행에 직접 오니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은행 문이 열린 9시 대기고객은 김씨를 포함해 5명에 불과해 기다릴 일도 없었고, 창구 직원도 예상보다 많아 업무를 처리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페이밴드(호봉상한제)·성과급 등의 핵심 쟁점을 두고 노사가 갈리며 KB국민은행이 8일, 19년 만에 총파업 사태를 맞았다. 국민은행 전체 직원의 3분의 2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영업점 곳곳에서 업무차질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우려했던 '고객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19년만에 총파업이 진행된 8일 오전 서울 KB국민은행 낙성대역 지점이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김진호 기자] |
이날 오전 방문한 KB국민은행의 지점(낙성대·신림·여의도증권센터·대방동·구로벤처센터) 창구는 고객들이 많이 않아 한산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른 시간이기도 하지만, 고객 대부분이 파업을 미리 인지해 은행 업무를 미리 보거나 나중으로 미뤄둔 영향으로 보였다.
다만 일부 지점의 경우 은행 업무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대기번호순번표는 물론 스마트텔러머신(STM), 무인공과금납부기 등의 전원이 꺼져 있어 은행을 방문한 고객들을 당황케했다.
지하철역과 맞물려 있는 위치 탓에 고객이 늘 북적이는 점포 중 하나인 낙성대역 지점은 이날 오전 큰 차질 없이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전체 8개의 창구 중 5개가 정상 가동돼 은행을 찾은 고객들이 아무런 불편함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낙성대역 지점 관계자는 "일평균 방문 고객이 300여명, 아침 개장 대기 고객이 20여명으로 바쁜 지점 중 하나인데 다행히 고객이 몰리지 않아 다행"이라며 "지점장도 창구업무 지원을 위해 나서는 등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주 내방하는 고객들에게는 담당자들이 미리 사전에 업무를 보라고 권유하거나 뒤로 미뤄야 한다고 공지하는 방식으로 혼란을 최소화했다"고 덧붙였다.
근처 시장 상인들이 많이 찾는 대방동지점 역시 한산했다. 대방동지점은 파업이 진행된 이날 서울 동작구의 거점지점으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지점을 찾은 고객 김모(55)씨는 "파업을 한다고 해 평소보다 창구가 북적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한산해 놀랐다"며 "불편 없이 업무를 봐서 다행이지만 고객 편의를 감안해서라도 이런 일은 없어야 된다"고 말했다.
기업고객이 많이 찾는 여의도증권센터와 구로벤처센터 지점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대기고객 없이 지점을 찾는 고객은 바로 원하는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특히 여의도증권센터 지점의 경우 모든 창구에 직원이 있어 업무를 수행하는데 아무런 차질이 없어 보였다.
다만 기업고객 대부분이 오전보다 오후에 은행을 찾는 일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로벤처센터지점의 경우 오후 업무수행에 다소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8일 오전 서울 KB국민은행 신림역 지점에서 파업 영향으로 작동되지 않는 STM(스마트텔러머신)을 바라보는 시민. [사진=김진호 기자] |
파업 영향으로 원활한 업무가 힘든 지점도 있었다. 서울 신림역 지점의 경우 영업점에서 일부 힘든 업무를 가능하도록 한 거점지점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비대면 채널인 STM(스마트텔러머신·무인점포 수준의 업무 처리 능력을 갖춘 ATM)과 편리한 공과금 수납을 가능케 한 무인공과금수납기의 전원은 아예 꺼진 상태였다.
특히 고객 안내를 돕는 무인 대기순번표 역시 사용도 불가능해 지점 청경 등이 고객을 일일이 창구로 안내해 다소 번잡해보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STM과 무인공과금수납기도 결국 해당 지점의 담당자가 있어야 운영이 가능하다"며 "해당 지점 직원이 파업에 참여한 영향으로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도 이번 KB국민은행 총파업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KB국민은행 노조 파업 관련 '확대 위기관리협의회'를 개최하고 "파업으로 인해 고객들의 금융거래에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은행의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은행의 신뢰와 평판이 훼손돼 궁극적으로 주주, 경영진, 근로자 모두에게 손실을 초래한다는 것은 노사가 모두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