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첫 여성 증권사 CEO…신한도 3년 만에 女 임원
남성 영역에서 女 임원 배출…보수적 금융권 변화 바람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금융권에서 여성들이 핵심 인력으로 떠올랐다.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자산관리(WM)나 기업영업 부문에서 성과를 낸 인재들이 임원으로 발탁되면서다. 여성 인력 풀이 늘어난 데다, 금융사 내부에서도 이들을 차기 리더로 양성하면서 성별 영역파괴라는 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WM이나 기업영업 등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여성 인재들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주요 임원으로 승진했다.
우선 KB국민은행 WM그룹 부행장에서 KB증권 대표로 선임된 박정림 대표가 돋보인다. 이번 인사로 국내 증권사 첫 여성 CEO 타이틀을 달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7년부터 KB금융지주 총괄부사장, 국민은행 부행장, KB증권 부사장 등 3개 법인의 WM사업 총괄임원을 겸직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국민은행에선 조순옥 상무가 준법감시인(전무)에 선임되면서 첫 여성 준법감시인이 나왔다. 그는 가양동 지점장, 송파역 지점장, 북부지역영업그룹대표 등을 경험한 '영업통'이다. 통상 법무실 출신이 준법감시인을 맡았던 것과 달리 영업통을 앉혀 은행 내부통제시스템에 다양한 현장경험이 녹아들도록 했다.
신한금융에서는 왕미화 신한은행 일산본부장이 WM사업부문장(부행장보)으로 승진하면서 3년 만에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왕 부문장은 2003년 신한은행 첫 여성 PB팀장에 오른 후 3년 만에 최우수 PB로 꼽히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남성PB들이 장악했던 영역에서 20년 가까이 경력을 쌓은 결과 올해부터는 신한금융의 WM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왕 부문장과 함께 조경선 신한은행 스마트컨택본부장도 부행장보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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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줄 왼쪽부터 박정림 KB증권 대표, 조순옥 국민은행 준법감시인, 왕미화 신한금융 WM사업부문장, 조경선 신한은행 부행장보, 아랫줄 왼쪽부터 정종숙 우리은행 WM그룹장, 손한영 우리은행 외환그룹 상무, 백미경 하나은행 소비자행복그룹장, 노유정 하나은행 변화추진본부장 . [사진=각사] |
우리은행에서는 정종숙 WM그룹장이 상무에서 부행장보로, 송한영 종로 기업영업본부장이 외환그룹 상무로 승진했다. 정 부행장보는 지난해 초 상무로 승진한 것에 이어 1년 만에 부행장보에 올랐다. 2016년 영업본부장 시절 우리은행 핵심역량지표(KPI)에서 3번 연속 전국 1위를 달성하는 등 차별화된 영업력을 인정받았다.
송한영 상무는 기업영업에서 우먼파워를 발휘했다. 남대문기업영업본부, 종로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종로기업영업본부장을 역임하며 여성으로는 드물게 기업영업에서 실적을 쌓았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조직개편에서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며 소비자행복그룹장에 백미경 소비자본부 전무를 앉혔다. 백 그룹장은 2015년 통합 하나은행이 출범한 후 첫 여성 그룹장이다. 조직내 기업문화 개선과 변화를 추진하는 변화추진본부에는 노유정 본부장을 선임했다.
여성들이 고위직에 오르면서 남성 위주의 조직 문화가 강했던 금융권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여성 임원들이 성과를 인정받으면 차기 여성 리더 양성에도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신한금융에서 배출한 여성임원들은 모두 '신한 쉬어로즈' 출신이다. 신한 쉬어로즈는 여성 리더 양성 프로그램으로 멘토링을 통해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사내 연수나 특정 부서 전입 공모시 여성을 우대하고, 우리은행은 여성 중소기업금융전담역(RM) 연수를 실시하는 등 여성 인재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왕 부문장은 "과거 여성은 고객만족(CS) 등 특정 영역에 책임자로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마음먹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라며 "여성 행원이 아닌 개인으로 인정받고 보상받는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