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올해에도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중국 투자자들의 후퇴가 계속돼, 금리인상으로 이미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부동산 가격이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망했다.
중국 정부의 자본흐름 규제와 글로벌 금융 여건 등의 요인으로 인해 서방 시장에서 거대 자본을 자랑하며 이른바 ‘트로피 빌딩’을 사들이던 중국 투자자들이 대거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 조사업체인 리얼캐피털 애널리틱스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재벌과 기관투자자들은 지난해 3분기 유럽에서 2억3330만달러(약 2614억원) 규모의 호텔, 사무실, 상업용 부동산 등을 매각한 반면 매입한 규모는 5810만달러(약 651억원)에 불과했다. 미국에서는 10억달러(1조1205억원) 이상을 매각한 반면 2억3100만달러(2588억원) 규모만을 매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 안정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해외 투자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러한 추세가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지난해 중국 위안화는 중국 경제성장 둔화 여파에 미달러 대비 5.7% 하락했고, 올해에도 무역긴장이 고조되기라도 하면 한층 절하될 전망이다.
또한 차이나머니의 이같은 엑소더스는 금리 인상으로 미국과 유럽 부동산 시장의 오랜 호황이 끝나가고 있는 시점과 맞물리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은 상당 규모 대출에 의존해 매입이 이뤄질 뿐 아니라 기관투자자들은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에서 채권으로 갈아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금리 변화에 상당히 민감하다.
게다가 최근 서베이에 따르면 상당수 투자자들이 아파트, 사무실, 공장, 매장 등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고평가돼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부동산 리서치기관 그린스트리트어드바이저스는 올해 미국 부동산 가격이 서서히 하락할 것이라 전망했다.
사실 중국 투자자들이 미국과 유럽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며, 한국과 싱가포르 투자자들이 중국 투자자들이 떠난 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중국 투자자들이 ‘트로피 빌딩’에 굉장히 후한 값을 쳐주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이들의 퇴장은 시장 심리를 상당히 얼어붙게 할 것이라고 리얼캐피탈애널리틱스는 설명했다.
중국 투자자들은 자산 구조를 다각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자 2014년부터 상업용 부동산을 대거 사들이고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등 본격적으로 글로벌 부동산 쇼핑에 나섰다. 은행 대출금리가 매우 낮아 이들의 부동산 사재기를 더욱 부추겼다.
하지만 중국 투자자들의 부실한 대차대조표와 중국 금융시장의 시스템 상 위기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자 중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투자자들이 대출을 얻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 투자자들의 대형 매각 물결이 이어졌다. 중국 국유기업 징코트리 인베스트먼트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영국 런던 중심지의 사무용 건물인 롭메이커플레이스 빌딩을 매각했고, 중국 대기업 화링그룹은 영국 맨체스터의 주택 개발 프로젝트인 미들우드 록스의 지분을 매각했다. 지난 2015년 19억5000만달러에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매입해 화제가 됐던 중국 안방보험그룹도 2년 전 55억달러에 사들인 호텔 포트폴리오 매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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