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치원 폐원 엄중 경고했지만 추진율은 증가 추세
세종 ‘공립유치원 95%’ 제주 ‘개인운영 사립유치원 7곳’
경남 사립유치원 특수성 고려 안한 정부 정책에 ‘폭풍전야’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사립학교법과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유치원 3법) 등 정부의 강공 모드에도 폐원을 추진 중인 사립유치원이 증가하는 가운데 경남·세종·제주는 ‘폐원 제로’로 집계돼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 지역의 상황이 그리 낙관적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이유가 뭘까.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엠더블유 컨벤션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제8대 이사장 선출을 위한 대의원임시총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18.12.11 mironj19@newspim.com |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유치원은 총 9021개(올해 4월 1일 기준)다. 이 가운데 사립유치원은 4220곳, 국·공립유치원은 4801곳이 운영 중이다.
정부는 유아의 학습권 보장 등을 이유로 사립유치원 폐원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분명히 했지만 사립유치원 폐원 추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월 6일 기준 전국에서 폐원을 추진 중인 사립유치원은 38개원이었으나 이달 24일 기준 106개원으로 폭증했다.
106곳의 사립유치원은 현재 각 시·도교육청으로 폐원을 접수하거나 학부모와 폐원에 관해 협의하고 있다. 서울이 34개원으로 가장 많고 경기(14개원)와 대구(10개원), 전북(10개원)이 뒤를 이었다.
이런 와중에 경남과 제주, 세종은 같은 기간 폐원 안내 및 신청을 한 사립유치원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립유치원 폐원 추진율 0%’의 배경에 관심이 모이는 까닭이다.
먼저 세종의 경우 총 59개 유치원 중 공립유치원은 56개(단설 37개, 병설 19개)로 약 95%를 차지한다. 사립유치원은 3개(개인 설립·운영 2개, 재단법인 설립·운영 1개)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관계자는 “세종은 대부분이 국·공립유치원이기 때문에 폐원 추진 중인 유치원이 없는 것”이라며 “신도시는 교육부에서 정책적으로 사립유치원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주의 경우, 총 119개 유치원 중 사립유치원은 22개다. 개인이 설립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은 7곳으로 나타났다. 이 외엔 군부대나 종교단체 등 설립·운영이 1곳, 법인 설립·운영이 14곳(학교법인 3개, 사단법인 2개, 재단법인 9개)으로 집계됐다.
한유총 관계자는 “제주도는 사립유치원 자체가 별로 없는 데다 대부분의 사립유치원은 법인에서 운영 중”이라며 “개인이 설립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 중 3~4곳의 원장들 사이에선 1~2년 뒤 폐원할 거란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경남 사립유치원은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 총 691개 유치원 중 사립유치원이 273개(개인 254개, 군부대나 종교 단체 등 3개, 법인 16개)다.
한유총 경남지회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측은 정부 스탠스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재 있는 5~6세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까지는 지켜보자는 기류”라고 전했다.
또한 “정부에선 소프트웨어에 대해 지불할 테니, 하드웨어는 설립자가 책임지라는 식이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교비회계 등 교육 목적 외 부정 사용 금지라는 말 자체도 모호해, 이러한 상황에선 유치원을 운영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현재 경남 사립유치원 폐원 움직임이 제로인 것을 두고 “‘청신호’가 아닌 ‘폭풍전야’”라고 묘사했다.
한편 지난 27일 국회에선 여야 줄다리기 끝에 ‘유치원 3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사립유치원의 회계 분리 등을 둘러싼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한 국회 교육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유치원 3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찬성 9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330일 내에 유치원 3법은 본회의 상정이 확정됐지만 31일 한유총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 차도에서 유치원 3법 패스트트랙 항의집회를 여는 등 갈등이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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