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둔화 우려가 선진국 금리하락을 유도할 것"
"미국 채권은 고점인식으로 금리 하락 여지 충분"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글로벌 채권시장이 지난 2년간의 부진을 털고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발 금리인상 기세가 한 풀 꺾이고,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 시장금리가 슬금슬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불안 등으로 금리가 치솟았던 브라질, 멕시코, 터키 등도 최근 불확실성 제거와 더불어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안정으로 채권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선진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미국 -27.26bp, 독일 -10.00bp, 캐나다 -32.20bp, 영국 -6.20bp, 프랑스 -6.30bp, 이태리 -78.70bp, 스페인 -24.80bp, 일본 -5.50bp, 호주 -30.60bp 등으로 하락세 였다(채권가격 상승).
신흥국 국채 10년물 금리 역시 브라질 -27.20bp, 멕시코 -18.90bp, 인도 -51.60bp, 인도네시아 -6.50bp, 태국 -17.90%, 콜롬비아 -32.40bp, 한국 -23.00, 터키 -122.00bp 등으로 떨어졌다.
전세계 채권 가격이 동조하며 상승한 셈이다. 이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로부터 촉발됐다.
◆ 경기둔화 우려 + 유가급락 + 셧다운·브렉시트 = 채권매수 자극
김성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내년 기준금리 인상 횟수로 3회가 유력했지만, 2회로 하향 조정됐다"면서 "'예상보다 경기가 빨리 꺾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확산돼 글로벌 전체로 금리하락 기대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속도조절 배경은 경기에 대한 자신감 약화"라면서 "최근 글로벌채권 가격 상승은 세계 경기둔화 우려가 선진국 금리하락을 유도할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 정부 셧다운, 브렉시트 우려 등이 겹치며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
증시의 불안정성이 커진 것도 채권의 인기를 높였다.
한 채권딜러는 "미국 증시가 무너지면 연준이 유동성을 공급 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런 상태면 내년에 금리 절대 못 올린다. 채권에 자금 몰리는 건 자연스런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락도 신흥국 금리 인상 우려를 지웠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10월3일 배럴당 76.41달러였으나 최근 44.61달러로 떨어졌다. 석달도 안돼 41.6%가 하락한 것.
김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하락이 신흥국 채권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신흥국의 경우 국제유가를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며 물가가 안정되고, 금리인상 우려가 사라진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금리인하 가능성 생겼다"고 진단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센터장은 "브라질은 대선 후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금리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멕시코는 급진정부 집권으로 반시장 우려가 컸는데,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해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터키도 한 동안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고조됐지만 터키 무기수출 허용과 시리아 내전 종식 선언으로 봉합됐다"면서 "이런 흐름에 신흥국통화는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불확실성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정상화 수순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 미국채 최선호 투자처...브라질채권은 지금이 매수 '적기'
최선호 투자처로 미 국채와 브라질 국채가 꼽혔다.
안 연구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 지표 약화가 현실화된다면, 신흥국 경제는 선진국 수출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신흥국에게 좋은 일이 아니다"며 "미국 경기둔화가 현실화되면 미국달러가 안전자산 선호로 강세가 나타날 수 있고, 여기에 더해 미국 채권은 고점 인식으로 금리 하락 여지가 있어 최선호 투자처로 꼽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브라질 국채에 대해 "연금개혁은 기대를 가져볼만하고 브라질 경제 자체도 무리 없이 흘러갈 것 같다. 헤알 역시 강세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