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3개사 및 홍보대행업체·재개발 조합원 334명 검찰 송치
현금·특급 호텔 이용권 등 제공...신발장에 선물 '슬쩍'
경찰 "집값 상승 원인...철저히 수사"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강남지역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받기 위해 재개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뿌린 대형 건설사와 홍보대행업체 관계자 등 300여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 3개 법인 임직원과 홍보대행업체 관계자, 재개발 조합원 등 총 334명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 중랑구 묵동에 위치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zunii@newspim.com 2018.05.29 <사진 = 김준희 기자> |
현대는 전무 등 7명, 롯데는 부장 등 14명, 대우는 부장 1명 등 총 22명이 송치됐으며 3곳 홍보대행업체 임직원 293명과 조합 관계자 19명이 함께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건설사들은 지난해 9월~10월 서울 반포와 잠실 소재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홍보대행업체를 통해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다.
현대는 고급 가방과 현금 등 1억 1000만원, 롯데는 고급 호텔 숙박·태블릿 PC․현금 등 2억원, 대우는 금품 2억 3000만원 상당을 제공했거나 제공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사들은 법인카드로 조합원들에게 금품 제공하는가 하면, 조합원 관광투어에 직원들을 동행시키고 여름 성수기에 계열사 특급호텔에서 좌담회를 개최한 후 조합원을 숙박시키거나 휴양지 고급 리조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조합원들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제안서가 저장되어 있으니 열어 보라”며 태블릿 PC를 건넨 후 돌려받지 않거나 조합원의 신발장이나 경비실에 슬쩍 선물을 두고 오는 등의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건설사 관계자들은 “홍보용역대금을 지급했을 뿐, 금품·향응 제공은 홍보대행업체의 전적인 책임”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홍보요원들이 건설사 명함을 갖고 조합원들을 수시로 개별 접촉해 선호 시공사를 파악한 후, 그 성향에 따라 금품을 제공한 점 △건설사들이 매일 ‘기획방’에서 홍보팀장 등이 참석하는 석회를 개최, 당일 미션수행 결과를 보고받고 지시한 사실을 근거로 혐의가 있다고 봤다.
이밖에도 현대건설의 한 부장은 ‘조합총회 대행업체’가 조합원 접촉이 용이하다는 점을 이용, 은밀히 5억 5000만원을 제공, 배임수증재 혐의도 적용됐다. 조합총회 대행업체는 불법적인 홍보를 감시해야 함에도 오히려 특정 건설사 홍보에 나선 것이다.
건설사들이 홍보대행사를 상대로 ‘갑질’을 저지른 사실도 드러났다. 현대 부장 2명은 각 홍보대행업체에 돈을 요구해 4000만원과 6000만원을 수수했고, 롯데 임직원 9명은 홍보대행업체의 법인카드로 골프장·유흥주점 등에서 도합 3억원 가량을 사용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홍보요원들은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개인카드로도 선물을 구입·제공한 후 건설사로부터 비용을 정산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건설사·홍보대행업체 모두 시공사 선정이 끝난 직후 정산자료에 첨부된 증빙자료(영수증 등)들을 폐기하고 단톡방을 폐쇄하는 등 치밀하게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이러한 범죄가 가능했던 배경으로, 건설사들이 홍보대행업체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비리가 적발되더라도 꼬리자르기식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홍보대행업체 입장에서도 건설사 대신 책임을 지더라도 향후 홍보계약을 맺거나 홍보비 과다청구 등 편의를 제공받는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동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게 제공되는 금품·향응 비용 등 불법자금이 모두 사업비인 홍보용역비로 책정되어 있어 그 부담이 결국 시민들에게 전가되는 구조”라며 “조합원들을 계속 소환조사해 건설사 등의 범죄를 규명하는 한편, 재건축 현장에 대한 내사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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