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기술관료들이 수십년 만에 가장 거센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추세는 점차 불가피하게 강해질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행보에 대해 ‘미쳤다’고 비난하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서도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인도 중앙은행인 인도준비은행(RB)은 대출 여건을 완화하라는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고, 헝가리 중앙은행은 독립성 존폐를 놓고 유럽연합(EU)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으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을 직접 막아 시장 신뢰를 크게 추락시켰다.
중앙은행 관료들도 서로 비난하기 급급하다. 머빈 킹 전 영란은행 총재는 마크 카니 현 총재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관련 ‘불필요하게’ 정부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고 비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통화정책이 핵심 역할을 하면서 지난 10년 간 중앙은행의 영향력은 대폭 강화됐다. 하지만 현재 이들 중앙은행은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치 폭풍의 한 가운데 있으며, 신흥국에서는 중앙은행 체제 자체가 약화돼 자본 유출을 촉발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금리 정책을 적절히 활용해 경제성장을 해치지 않고도 인플레이션 변동성을 억제해 경기 사이클을 순탄히 넘겼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이제 위기가 끝나고도 금융 안정 등을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과 영향력이 거대해진 채로 남아 있자, 정치인들이 이러한 상황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고 FT는 설명했다.
전문가들과 전직 중앙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강화되는 것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RBI 총재를 지냈던 라구람 라잔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사회가 중앙은행들의 행보를 견제하는 것이 옳다”라며 “민주주의는 중앙은행이 무엇을 왜 하고 있는지 물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 더욱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전반적인 정치 풍토가 반체제로 흘러가고 있는데, 중앙은행이야말로 가장 경직된 ‘체제’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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