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클래식 음악제, 산 페르난도 왕립미술원에서 개최
스페인 통신사 EFF "한국, 글로벌 무대 호령하고 있다" 보도
그라나다 마누엘 데 파야 극장 박재홍 공연에 기립박수 쏟아져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스페인에서 한국 클래식의 저력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올해 스페인에서는 김선욱과 선우예권 등 스타 플레이어들의 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된 것을 비롯해 12월 중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의 공연도 예정돼 있다. 하엔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빌바오 국제 성앙 콩쿠르 등 스페인 내 유수 콩쿠르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 음악인들의 희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주스페인한국문화원(원장 이종률)은 스페인 내 한국 클래식의위상을 알리고 우수한 한국인 클래식 연주자들의 유럽 무대 진출을 돋기 위해 '한국인 클래식 음악제(Ciclo de Musica Clasica)'를 기획했다. 스페인 첼로협회 명예장을 수상한 첼리스트 우지연과 클리브랜드 영 아티스트 콩쿠르 1위 수상에 빛나는 라이징 스타 피아니스트 박재홍 2인이 스페인 관객과 만났다.
공식 포스터 [사진=문체부] |
'한국인 클래식 음악제'는 지난 4일 정오 마드리드 최고 예술교육기관으로 손꼽히는 산 페르난도 왕립미술원(Academia de Bellas Artes de San Fernando) 콘서트 홀에서 첼리스트 우지연의 공연으로 막을 열었다.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로 통하는 스페인 출신 가스파르 카사도를 기리는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2위를 수상하고 스페인 첼로협회에서 명예장을 수상한 우지연의 공연 소식에 공연장(230석)은 만석을 이뤘다.
당일 첼리스트 우지연은 바흐와 브람스, 가스파르 카사도, 드뷔시의 작품을 연주했고 왕립고등음악원 피아노 교수로 재직 중인 그라함 잭슨 교수가 반주를 맞췄다. 현지 관객들은 한국 첼리스트의 손끝에서 재탄생한 가스파르 카사도의 '무반주 첼로곡'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당일 공연을 관람한 스페인 저명한 음악 이론가이자 산페르난도 왕립미술원 사무총장인 호세 루이스 가르시아 델 부스토(José Luis García del Busto)는 "전통적인 가스파르 카사도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묵직한 깊이를 전달하는 데 섬세한 능력을 보여줬고 그 점에서 아주 훌륭한 공연이었다"고 평했다.
'한국인 클래식 음악제'에 대한 스페인 현지 언론의 보도도 잇따랐다. 현지 유력통신사 EFF는 지난 3일 우지연과의 인터뷰를 인용해 "'탁월한 기술과 열정'이 한국 클래식의 정체성을 정의한다면서 불과 십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변방에 있던 한국이 차이코프스키, 부조니, 쇼팽 국제 콩쿠르 등을 석권하며 글로벌 무대를 호령하고 있다"고 전했다.
첼리스트 우지연은 현지 클래식 음악 전문지 '문도 클라시코(Mundo Clasico)'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 출신 첼리스트 루이스 클라렛(Lluís Claret)을 사사했다며 "그를 통해 음악적 기량과 경험을 넓혔고 자연스레 스페인 음악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스페인 관객 앞에서 공연하게 돼 의미가 더 깊다"는 소감을 말했다.
그라나다 지역지 그라나다 이데알 박재홍 관련 12월 6일자 인터뷰 기사 보도 [사진=문체부] |
지난 6일에는 안달루시아 그라나다에 소재한 마누엘 데 파야 극장에서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공연이 이어졌다. 박재홍은 바흐의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 D단자, BMV90'을 시작으로 전쟁소나타로 불리우는 프로코피예브의 '소나타 6번', 스페인 인상파 작곡가 이삭 알베니즈(Issac Alveniz)의 '알메리아' 등을 연주해 관람객으로부터 열광적인 기립박수와 앵콜 요청을 받았다.
그라나다 문화부 국장 호세 바예호 프리에토는 "피아니스트의 공연 몰입도가 무시무시했다. 공연이 진행된 100분간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다"며 향후 그라나다 재방문 및 공연을 적극 요청했다.
박재홍은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과 전체 수석으로 입학했고 클리브랜드 여 아티스트 콩쿠르, 지나 바카우어 영 아티스트 콩쿠르 등 일찍부터 세계 콩쿠르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라이징 스타다.
이종률 문화원장은 "스페인 현지 주요 문화예술기관과의 적극적인 협력 하에 실력 있는 한국 클래식 음악가들의 공연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현지 언론매체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병행하여 현지 내 K-클래식 붐을 지속적으로 조성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