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장관 출신 한은 총재...기재부에 맞서기 힘든 구조"
기재부 "영화는 영화일 뿐"...불편한 심기 내비쳐
[서울=뉴스핌] 김지완 한태희 기자 =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직원들 사이에서 1997년 외환 위기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화제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김혜수), 재정국(현 기획재정부) 차관(조우진)을 비롯해 한국은행 총장(총재),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한은과 기재부 직원들은 팀별로 단체 관람하기도 했다.
영화를 본 이들은 대체로 영화 설정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일부는 IMF 처방이 과도했다는 진단과 함께 차라리 '모라토리엄' 선언이 나았을 것이란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영화에서 '한시현'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김혜수)이 IMF 협상팀 참여해, IMF 제시안에 강하게 반대한다.
이에 대해 한은의 한 차장은 "팀장급이 협상단에 들어간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협상장엔 임원급 이상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에서 팀장은 2급 또는 3급이 맡는 직책이다. 대게 입사 20년차가 달고 아무리 빨라도 15년은 걸린다는 게 한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군복무를 마친 한은 남자 직원 기준으로 팀장급은 50세 전후가 대부분이다.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20년 뒤'의 김혜수가 바로 팀장 나이라는 것.
IMF 구제금융 신청을 두고 한은과 기재부와 갈등을 빚는 것, 한은 통화정책팀장의 협상 태도 등 장면에 대해서도 현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외환 위기 당시 한은 총재는 기재부 장관 출신의 이경식씨였기 때문에, 한은 직원 중 그 누구도 총재 의견에 반대 의사를 드러내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또 한은이 기재부에 맞서는 모습이 영화상에 그려지지만, 기재부 장관 출신 총재를 모시는 현실에선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재부 공무원들은 재정국 차관(조우진)의 매국적인 태도와 친자본주의 성향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면서도 "역사적 사실에 대해 오해 내지 불신을 너무 많이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실 각색이나 왜곡이 심해 일반 대중이 잘못된 내용을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란 걱정도 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당시 여러 정부 기관이 논의하면서 외환 위기에 대응한 것으로 안다"며 "어느 한 기관이 '잘했다', '잘못했다'는 식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
IMF와의 협상 결과에 대한 날선 비판도 제기됐다.
한은 직원은 "솔직히 IMF 처방이 너무 과했다. 결과적으로 모라토리엄(지불유예, Moratorium) 선언을 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면서 "급격한 금리인상, 외국인 적대적 M&A 허용,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조치로 알토란 같은 국내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갔다"며 아쉬워했다.
한은은 IMF와 협의해 외환위기 발생 직후인 1997년 12월 30일 공개시장조작금리를 10%에서 35%까지 올렸다. 당시 콜금리는 31.7%(12월26일), 회사채 유통수익률 31.1%(12월23일)에 달했다.
한은 관계자는 "IMF 구제금융지원과 이에 따른 강제 구조조정으로 기업경영이 어느 정도 효율화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구조조정과 함께 기초소득에 대한 정부의 일부지원 및 직업 재교육을 아우르는 사회보장제도를 탄탄히 했을 필요가 있으나 IMF도, 정부도 그 부분은 매우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영화가 지금 '위기' 상황과 닮았다며 국민통합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은의 한 국장은 "팩트가 틀렸느니 맞느니를 따지기보다 '위기는 다시 올 수 있으므로 경각심을 가지자'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할 것"이라며 "향후 하방리스크가 좀 더 큰 것처럼 보이는 현재 우리 경제 상황에서 동일한 전철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경제주체(국민)가 조심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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