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앞바퀴' vs 혁신성장 '뒷바퀴'
소주성 유지하되 규제혁신·혁신성장에 방점
경제사령탑으로서 핸들 잡고 속도조절 의지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 # 새벽시간 짙은 안개 속 자전거 한대가 조심스레 가고 있다. 기존의 낡은 앞바퀴를 버리고 최근 훨씬 큰 것으로 바꾼 뒤 바람도 빵빵하게 넣었지만, 뒷바퀴는 상대적으로 작고 바람도 부족해 보인다. 짙은 안개와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속도가 떨어진 자전거는 두 바퀴를 연결하는 프레임을 가벼운 신소재로 바꾸도 신형 엔진도 달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자전거를 건네받은 이는 '운전에 자신있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과연 지금보다 속도를 높일 수 있을 지, 속도를 높였을 때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을 지 보는 이들은 걱정스럽다. 1년 6개월 만에 자전거 핸들을 내준 이는 운전이 익숙해질 만한 상황에서 넘겨준 게 못내 아쉽지만 한편 홀가분하다.
이는 대내외 리스크가 산적한 한국경제를 자전거로 비유해 묘사한 것이다. 자전거의 앞바퀴는 논란이 일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뒷바퀴는 '혁신성장', 프레임은 '공정경제', 엔진은 '남북경협'을 뜻한다.
자전거 자료사진 [사진=KT] |
◆ 자전거 앞바퀴·뒷바퀴 모두 중요…소모적인 논쟁만 반복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여러 의원들이 한국경제를 '자전거'로 비유하며 논쟁을 벌였다.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 "혁신성장이 미흡하다"는 야당 의원들의 소모적인 논란과 지적이 반복되자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전거를 비유로 깔끔하게 정리해 눈길을 끌었다.
김경협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이 자전거의 앞바퀴라면 혁신성장은 뒷바퀴고 공정경제는 이것을 연결하는 프레임"이라면서 "여기에 남북경협은 자전거에 엔진을 다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잘못 됐다. 대신 사회안전망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을 봤다"며 "이것은 소득주도성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판부터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2018.12.04 yooksa@newspim.com |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복지를 확대하는 게 소득주도성장의 가장 중요한 3대 과제 중의 하나라는 것. 김 의원은 "이런 일들이 국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며 인사청문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모적인 논란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그의 비유대로 한국경제를 자전거로 비유하자면, 앞바퀴와 뒷바퀴, 프레임 모두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며 튼튼해야 한다. 거기에 '엔진'(남북경협)까지 달 수 있다면 지금보다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홍남기 후보자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고용없는 저성장, 소득분배와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이러한 포용적 성장의 길을 가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 길은 양극화와 저성장 극복을 위해 국제사회도 함께 고민하고 있는 새 패러다임"이라고 제시했다.
◆ 두 바퀴 크기 균형 필요…속도 유지하되 안전 우선
문제는 '한국경제 자전거'를 짙은 안개 속에서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안전하게 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바퀴(소득주도성장)가 뒷바퀴(혁신성장)보다 지나치게 클 경우 운전자의 체력 부담은 커지고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커진 앞바퀴 못지않게 뒷바퀴도 키워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앞바퀴가 너무 커서 속도가 떨어진다며 1년 반 만에 멀쩡한 앞바퀴를 다시 갈아 끼우는 게 합리적인 해법일까. 그보다 뒷바퀴를 크고 튼튼한 것으로 갈아 끼우겠다는 게 홍 후보자의 해법이다.
규제혁신을 통해 민간기업의 혁신성장을 촉진함으로써 뒷바퀴를 강하고 튼튼하게 하겠다는 것. 더불어 두 바퀴를 연결하는 프레임도 가볍고 튼튼한 신소재로 교체하고 나아가 엔진도 달 수 있다면 속도를 높이는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2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홍 후보자는 "미래차, 핀테크, 스마트팩토리, 바이오헬스에 대해 가시적인 선도수요가 창출되도록 하겠다"면서 "이런 성과를 위해 규제혁파도 강력해야 한다.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핵심규제부터 작지만 개인에게는 절벽과 같은 소규제까지 현장에서 규제변화가 확연히 나타나도록 하겠다"고 제시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예스맨' 지적이나 이른바 '부총리 패싱' 우려에 대해서도 '직을 걸겠다'는 각오로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핸들을 쥔 경제사령탑으로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
홍 후보자는 "경제문제는 경제부총리가 팀장으로서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것"이라며 "정책실장과도 그런 식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바퀴에 비해 뒷바퀴가 작아 속도가 쳐지고 있는 '한국경제 자전거'를 홍 후보자가 짙은 안개를 헤치고 속도까지 높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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