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팀장 "조현문이 나를 활용했다"
지난달 26일 감사팀원의 증언과 정반대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2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내부 감사가 동생 조현문 전 사장의 기획에 의한 '표적감사'라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당시 조 회장에 대한 내부감사에 함께 참여했던 구성원들이 법정에서는 정반대의 증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3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을 비롯한 4명에 대한 10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100억 원대 비자금 조성과 수백억 원대 배임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이날 재판에서는 조 회장과 관련해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과 노틸러스 효성 등 계열사에 대한 내부 감사를 진행했던 조모 상무와 남모 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감사팀장을 맡았던 조 상무는 "조현문 부사장이 직접 불러 감사를 지시했다"며 "조현문이 '감사에 대해 책임을 질테니 걱정하지 말라', '감사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 '내가 시켜서 하는 감사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감사를 압박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조 상무는 "당시 조현문이 감사를 압박했을 때 거부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창피하고 후회하고 있다"며 "이 감사는 이렇게 진행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9월에서 10월 사이 진행된 효성 자체 감사 결과에 따르면 HIS에 근무하지 않았던 한모 전 상무에게 매월 1000여만원의 급여가 지급된 사실이 밝혀졌다. 또 업무상 관계가 없는 효성 ITX 등 계열사가 거래 과정에 추가되며 마진을 남기는 방식으로 계열사를 불법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조 상무는 해당 감사가 조현문 전 사장에 의한 '표적 감사'라고 주장했다. 조 상무는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 감사를 진행하면 되는데, 조현문은 그런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게 나를 묶어놨다"며 "자기는 뒤로 숨고 나를 앞으로 내세워 나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조 상무와 함께 같은 감사에 참여했던 김모 전 효성중공업 PG 경영드림팀 부장과 김모 전 효성중공업 PG 기획관리팀장의 증언은 다르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조 회장에 대한 9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감사가 정당했으며, 오히려 조 회장의 압박 때문에 임직원들의 비위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당시 재판에서 김 전 부장은 "당시 감사는 누굴 죽이고 누굴 살리는 감사가 아니었다"며 감사의 경위나 목적 등이 정당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바 있다. 또 그는 "나를 조현문의 끄나풀로 보는데, 굉장히 기분이 상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감사에 함께 참여했던 김 전 팀장 역시 "회사 내부에서는 당시 감사가 표적성 감사라는 판을 다 짜 놓고 있었다"며 "당시 감사 과정에서 밝혀진 비위에 대해 제대로 조치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또 임원에 대한 비위사실이 감사 결과 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은 이유를 묻는 검찰 측의 질문에 김 전 팀장은 "조현준 회장 쪽에서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 측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과 노틸러스 효성 등을 동원해 타 기업과의 거래 과정에서 효성 ITX 등의 계열사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부당한 지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조 회장은 2013년 7월 제조회사 갤러시아일렉트로닉스(GE)의 상장이 무산되고 투자지분 재매수 부담을 안게 되자, 대금 마련을 위해 회계 보고서를 조작하고 주식가치를 부풀려 환급받는 방법으로 회사에 약 17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와 개인 자금으로 구입한 미술품 38점을 효성 아트펀드에 비싼 가격으로 편입시켜 불법 수익을 얻은 혐의도 받고 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