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저평가 맞물려 “제2의 한진칼 등장, 시간 문제”
사모펀드 10%룰 폐지도 임박
[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KCGI를 시작으로 ‘토종 행동주의펀드'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온다. 최근 국내증시의 급격한 조정에 따른 기업 가치 하락에다 사모펀드 ‘10%룰’ 폐지를 앞두고 증권가에선 제2의 한진칼 등장이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530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중이다. 2010년 9월말 130개에 비하면 4배 이상 늘었다.
이들 사모펀드 중 일부만 경영참여를 한다 해도 상당수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받을 수 있다. 더구나 금융당국도 사모펀드 제도 개편 방안에 10%룰 폐지를 포함시키면서 이 같은 추세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사모펀드는 전문투자형(헤지펀드)과 경영참여형으로 나뉜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기업 지분을 처음 취득한 후 6개월 이내에 지분을 10% 이상 취득해야 하는 규제(10% 룰)가 적용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의 경계를 지우고 ‘10% 룰’을 없애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들은 소규모 지분만으로도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한국형 엘리엇을 확산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실제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은 3%의 지분만으로 현대차에 자사주 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명분은 ‘주주 환원정책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협업’이지만 결국 자산을 팔아 주가를 올리라는 주문이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A자산운용사 대표는 “최근 국내 증시가 하락한데다 저평가 영향으로 대기업 주식이 상당히 저렴해져 이 같은 시도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며 “여기에 10%룰까지 적용되면 크지않은 자금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자산운용사 대표도 “이번 한진칼 지분 매입을 계기로 사모펀드의 ‘저평가 지주사 찾기’는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며 “기업들은 국내 사모펀드의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정작용 등 노력을 보이겠지만 제2의 한진칼 등장은 시간 문제”라고 전했다.
물론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행동주의 펀드 자금이 유입되면 기업들은 가장 먼저 배당확대, 자산매각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굵직한 사안을 요구받는다. 배당이 많아지면 외국인 주주비중이 절반이 넘는 기업의 경우 배당확대로 인한 원화유출 문제 또한 ‘양날의 검’으로 지적된다.
실제 상반기 외국인들은 배당금 원화 강세로 환차익과 함께 두둑한 배당금을 챙겨갔다. 지난 4월엔 외국인에게 지급한 배당금만 75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배당소득에서 배당 지급액을 뺀 규모는 마이너스 65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경상수지 흑자가 대폭 감소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재계 입장에선 경영권을 방어할 수단이 줄어든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10%룰이 폐지되면 사모펀드는 3~4% 지분만으로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경영권 방어 및 주총 과정 등으로 필요 이상의 기업 역량이 분산될 수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10%룰 폐지가 포함된 사모펀드 제도개편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