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한국당에서조차 싸늘한 반응…"아직은 그러면 안된다"
내년 전당대회, 재보궐 출마 예상…원외 지지층 모으기 주력
"일부 지역서 일반당원 지지 꽤 있어 선거 변수 작용할 수도"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현실정치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다. 심지어 친정인 한국당에서조차 냉랭한 반응 일색이다.
그만큼 아직까지 홍 전 대표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래서일까. 홍 전 대표는 원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회의원 등 정치권의 힘 있는 인사들이 아닌 일반 당원들을 공략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핵심 지지세력인 극우보수층은 물론 한국당 내 일반 당원들의 지지를 얻어 정계에 성공적으로 복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전 대표는 원내 인사들과의 접점을 최대한 자제한 채 정치권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인천=뉴스핌] 김학선 기자 =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7월 11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yooksa@newspim.com |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홍 전 대표에게 만나자고 했더니, 지금 만나면 여러 오해를 살 수 있다면서 나중에 만나자고 하더라"고 전했다.
측근들도 홍 전 대표가 당내 인사들과 접촉하지 않는 대신 오히려 원외 인사들과 자주 만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홍 전 대표는 내달부터 개인방송 'TV홍카콜라'를 시작한다. 또 보수성향포럼인 '프리덤코리아'의 활동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당 등 정치권 인사들이 아닌 보수진영 외부인사들과 함께 준비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홍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당내 원내대표 선거 후보나 전당대회 후보들은 일체 만나지 않고 있다"면서 "자칫 사람을 만나 발언을 했다가 당내 문제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당분간 그런 것은 전혀 안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홍 전 대표 답지 않은 '몸사리기'는 정치권의 부정적 반응 때문이다. 앞서 홍 전 대표는 지난 20일 SNS를 통해 "좌파 광풍시대를 끝내고 내 나라를 살리는 마지막 기회"라고 밝히며 사실상 현실정치 복귀를 선언했다.
하지만 직후 정치권에서는 "다시 돌아와 한국당 해체의 밀알이 돼달라"는 조롱 섞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정의당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의 복귀를 환영한다. 정치권에 큰 웃음을 달라"는 논평까지 냈다.
외견상 환영이지만 내부적으로 홍 전 대표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명확하게 보이는 대목이다.
이 같은 반응의 배경에는 홍 전 대표가 보수진영에 풍파를 일으켜 자중지란에 빠지게 할 것이라는 '패러독스'가 깔려있다.
한국당의 일부 의원들은 "국민들이 진짜 옳았다고 해야 하는데 지금은 아니다. 이렇게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그렇게 패배했으면 당분간 자숙하면서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이 맞는데, 왜 자꾸 나오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치인이 어떤 사고(?)를 쳐도 친정에서는 한 수 접어준다고들 하는데, 홍 전 대표의 경우 현실정치 복귀를 위한 보금자리가 없는 셈이다.
[인천=뉴스핌] 김학선 기자 =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7월 11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yooksa@newspim.com |
대신 홍 전 대표는 원외 보수 지지층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홍 전 대표가 현 시점에 현실정치 복귀를 선언한만큼 내년 2~3월로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와 함께 일각에선 홍 전 대표가 내년 4월 있을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두 선거 모두 당내여론도 중요하지만 일반 당원들의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홍 전 대표가 원외 지지층 결집에 나선 뒤 선거에서 승부수를 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당 내에서는 홍 전 대표가 안 나오는게 좋다는 얘기들이 많은게 사실"이라며 "어찌됐든 지금은 '미우새(미운 우리 새끼)' 신세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PK(부산·경남)를 비롯해 일부 지역에서 일반 당원들의 (홍 전 대표) 지지가 적지 않기 때문에, 선거에 출마한다면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