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문제·정답 이의신청 991건 '역대 최다'
국어 31번 정답률 18%...'찍는게 나을 정도'
청와대 청원 게시판, 평가원 성토 글 쇄도
전문가 "수험생 입장에서 난이도 조절 실패"
[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역사적인 ‘불수능’으로 평가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수능문제·정답 이의신청이 역대 최다인 1000건에 육박하는가 하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비난하는 글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 학부모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2018.11.15 kilroy023@newspim.com |
◆‘지옥불수능’...국어영역 31번 정답률 18%
20일 입시 전문업체 메가스터디에 따르면 지난 15일 전국 1190개 시험장에서 치러진 2019학년도 수능은 그야말로 역대급 ‘불수능’이었다는 평가다. 메가스터디는 “가채점 결과를 분석한 결과 변별력이 확보됐던 2018학년도보다도 어렵게 출제됐다”고 설명했다.
학원 측은 “국어가 상당히 어려웠고, 영어 또한 1등급 비율이 5%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은 지난해 수능 1등급 비율이 10.03%였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반토막 난 셈이다.
1등급 예상 커트라인도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곤두박질 쳤다. 국어영역의 경우 8개 입시업체가 모두 85~86점을 예상했는데 이는 어려웠다고 평가됐던 지난해 수능보다 8점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문과생이 치른 수학 나형도 2~4점 하락한 88~90점에서 1등급 커트라인이 형성됐다.
사악할 정도의 고난도 수능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 신청은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20일 평가원에 따르면 19일 오후 6시까지 홈페이지에 접수된 이의신청은 모두 991건이었다. 특히 국어영역 최고난도 문항으로 꼽힌 31번(홀수형)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이 쏟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수험생이 가장 애를 먹은 국어 31번의 정답률은 18~19%(EBS·메가스터디·19일 오후 기준)에 불과했다. 이 문제는 객관식 5지선다형이었는데, 정답률이 임의로 찍은 확률(20%)보다도 낮게 나온 것이다.
쏟아지는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게시판 캡처] |
◆청와대 게시판, 난이도 성토의 장 돌변
이 때문에 수능 직후 청와대 게시판에는 평가원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시민들은 “아이들을 골탕 먹이는 수능이냐”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관련 청원글을 쏟아냈다.
지난 17일 한 시민은 청원글을 통해 “10년째 친했던 언니가 수능 당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당신들의 교육 정책에 사람이 죽었다”고 교육 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재수생 아들을 둔 한 어머니는 “아들이 ‘내가 이런 문제를 풀려고 재수를 했나’라며 자괴감에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며 “대통령은 이런 자식을 바라봐야하는 어미의 심정을 아는가”라고 토로했다.
국어영역 난이도와 함께 입시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도 쇄도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교과과정을 충실히 이행하면 풀 문제인가” “국어 강사도 수능 국어를 한날한시에 치르게 해달라” “정상적인 고교 수업을 받은 수험생들이 다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들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달라” 등 성토의 글이 올라왔다.
이 외에도 “터무니없는 수능 국어 출제 책임자 사과하라” “출제 교수들과 검토 교사들을 구속하라” “수능 국어 출제자들 국정원 지하실에 가둬주세요” “교육과정평가원을 탄핵하라” 등 원색적인 비난 글도 쏟아졌다.
국어영역 최고난도 문제로 꼽힌 '공포의 홀수형 31번' [자료=한국교육과정평가원] |
◆“난이도 조절 실패”
입시전문가는 이런 분노가 결국 평가원의 ‘난이도 조절 실패’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백희 메가스터디 국어영역 강사는 “올해 수능은 옛날 수능과 같이 추론형으로 나왔는데, 최근 2~3년에는 확인형 문제가 출제됐었다”며 “내년에 수능이 이렇게 나올 확률은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 차원에선 추론형 문제가 훨씬 좋겠지만 수험생 입장에선 난이도 조절 실패”라고 강조했다.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