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문 초안에 합의하면서, 기업들과 시장은 향후 2년 간 영국을 지배할 뻔 했던 불확실성이 드디어 해소됐다며 반기고 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영국 내 각료들과 담판을 벌인 끝에 내각의 동의를 끌어냈으며, 이제 분열된 의회의 동의를 받아내는 일만 남았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시장과 파운드 향방
지난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파운드는 지속적으로 변동성을 보였으며, 국민투표 당일 이후 지금까지 14%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CNN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합의문 초안이 의회까지 통과하면 파운드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 전망했다.
키트 주크스 소시에테제네랄 전략가는 “초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파운드와 유로가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칼룸 피커링 베렌베르크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파운드가 국채 수익률을 따라 한 차례, 영국 내 사업에 주력하는 기업들의 주가를 따라 또 한 차례, 이렇게 두 단계를 거쳐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커링은 영국 의회가 오는 12월 내 초안을 통과시키면 파운드가 첫 번째 상승 단계를 거친 후, 투자자들이 영국 전망을 상향 조정하기 시작하면 내년에 두 번째 상승 단계를 거칠 것이라 설명했다.
캐런 와드 JP모간 마켓전략가는 “내년에는 안심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것이고, 파운드 가치가 오르면서 물가는 내리고 실질 임금은 상승해 소비지출 증가세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브렉시트 협상이 결국 결렬돼 영국이 EU와 완전히 단절하는 하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파운드가 미달러 대비 1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 영국 경제 여파
CNN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협상문 초안이 결국 통과되면 부진한 영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피커링은 “영국 잠재성장에 브렉시트에 따른 장기적 하방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지만, 협상이 타결될 것이란 전망은 중기적으로 영국 경제에 상방 압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베렌베르크은행은 협상 타결 시 내년 영국 경제성장률이 2%로 올해의 1.3%에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경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성장세가 대폭 둔화됐으며 투자도 큰 폭으로 줄었지만, 경기침체에 빠지지는 않았다.
지난달 S&P는 하드 브렉시트 시 영국 경제가 장기적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기업들, 일단 환영
합의문 통과의 의회 통과라는 과제가 남아 있는 만큼 협상 결렬 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어서 영국 기업들은 아직 경계하고 있지만, 일단 EU와의 합의를 반기고 있다.
헬렌 디킨슨 영국소매상연합(BRC) 회장은 “내년 3월 ‘노딜 브렉시트’라는 벼랑을 피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도 "EU와 협상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시, 영국 소비자들은 즉각 물가 상승과 필수품 부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들은 초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합의된 초안은 브렉시트 조건에 대해서만 규명했을 뿐, 브렉시트 후 영국과 EU 간 무역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한 내용을 제시하지 않았다.
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반대 시민이 영국 런던 의사당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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