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현장에서 증거를 없애기 위해 사우디가 ‘은폐조(組)’를 투입했다고 터키 언론이 보도했다.
터키 친정부 일간지 사바흐는 지난 10월 2일(현지시간) 카슈끄지가 살해되고 9일 후인 11일 사우디 정부가 전문가 2인으로 구성된 은폐조를 투입해, 터키 경찰이 피살 장소인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수색하기 전에 증거를 없애도록 했다고 5일 보도했다.
지난 10월 11일은 사우디 왕실의 카슈끄지 암살 의혹이 불거지던 시점으로 당시만 해도 사우디 측은 카슈끄지가 제 발로 총영사관을 나갔다고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은폐조를 투입했다는 것은 사우디 고위층의 개입이 분명하다는 증거라고 터키 측 관료는 주장했다.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논평으로 유명했던 카슈끄지는 지난 10월 2일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한 이후 종적이 사라졌다. 터키 수사당국은 사우디 왕실의 지시를 받은 암살단이 총영사관 내에서 그를 고문, 살해하고 시신을 절단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오디오 파일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우디 측은 당초 카슈끄지가 제 발로 총영사관을 나갔다고 주장했으나, 파장이 확산되자 입장을 바꿔 심문 과정에서 몸싸움 도중 우발적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겠다며 사우디 왕실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가, 다시 계획된 살인이라고 말을 바꿨다.
사바흐는 터키 관료가 2인 은폐조가 사우디가 파견한 수사팀의 일원이었던 화학자 아흐마드 압둘아지즈 알자노비와 독성학자 칼레드 야흐야 알자라니라고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총영사관에서 지난달 17일까지 증거 인멸 작업을 하고 3일 후 출국했다고 관료는 전했다.
사우디는 카슈끄지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추정되는 용의자 18명을 구속하고 이들을 기소하기 위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터키 측은 사우디 고위층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우디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를 내놓으며 사우디를 압박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이례적으로 기고문을 싣고 암살단이 카슈끄지의 시신을 토막 낸 후 산성 용액에 녹여 처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사우디 최고위층의 지시로 이뤄진 암살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대가 자말 카슈끄지 죽음의 진상을 밝히라며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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