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프랑스를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미군 묘지 참배 일정을 '악천후' 핑계삼아 취소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 부부 일정이 “날씨로 인한 스케줄 및 실행계획상 어려움으로 인해 취소됐다”고 밝혔다. 1차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당초 파리 인근 벨로 소재의 엔-마른(Aisne-Marne) 미군 묘지를 참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계속 내리는 보슬비와 헬리콥터 시야를 가리는 흐린 날씨로 인해 대통령 내외 방문은 취소됐다. 대신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을 선두로 한 미국 대표단이 참석했다고 백악관은 덧붙였다.
그러나 백악관 설명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이 취소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을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엔 마른 묘지를 참배하려 3800마일(약 6100만km)을 날아 파리로 갔는데 일정 첫날 내린 비로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한) 대표단을 보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왜 참석하지 못했는지 완전히 분명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 정상들은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은 우천 속에서도 일정을 강행하자 정치 평론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내키지 않아 참석하지 않은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윈스턴 처칠의 손자이자 영국 국회의원인 니콜라스 솜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전 병사들을 모욕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그들(참전병사들)은 적군과 얼굴을 마주하며 죽어갔는데 한심하고 무능한 트럼프 대통령은 날씨에도 견디지 못한다”며 날을 세웠다.
백악관은 취소 결정은 오로지 악천후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버락 오바마 전 정부에서 국가안보담당 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는 트위터에 ‘궂은 날씨’는 변명거리가 안된다고 지적하며 “지난 8년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모든 일정을 도왔지만 비가 내리는 옵션은 항상 있었다”고 꼬집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부터 워싱턴의 여러 정치적 문제들에 맞서느라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으며, 몸은 프랑스에 있으나 마음은 다른 데 가 있는 것 같아 보였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이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WP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친분을 나타내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노력을 연신 무시하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내내 미국 플로리다주(州) 선거 결과 재검표 등 중간선거 결과에만 집중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두 정상 간 미묘한 긴장감은 전날 마크롱 대통령이 “진정한 유럽 군(true European army)”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데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모욕적”이라며 맞받아치면서 흐르기 시작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유럽)가 진정한 유럽 군을 창설하지 않는다면 우리 대륙은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를지킬 독자적인 유럽 (군)을 창설해야 한다.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말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트위터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도 채 안되는 비용을 내고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이 모욕적인 언사라고 반발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양자회담에서 유럽이 나토 분담금을 더 내야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트럼프 달래기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좋은 친구”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면서 양국이 “대동단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양국 정상이 시리아, 예멘, 무역, 기화변화 등 다양한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할 것이라고 설명해 갈등을 진정시키려 했다고 WP는 전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