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 "손님 중 피해자 있으리란 생각에 마음 아파"
"침대 하나 겨우 들어가는 방...따닥따닥 붙어 있어"
소방당국 "대부분 현장 근로자...화재 인지 시간 걸렸을 것"
[서울=뉴스핌] 노해철 수습기자 = “‘불이야’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문을 여니 연기 냄새가 나 급하게 몸을 피했다.”
화재가 발생한 고시원에서 거주하는 정모씨는 9일 서울 종로구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의 정면에 선 고시원 창문 주위와 간판은 검게 그을렸다. 건물 안에서 시작된 불이 창문 바깥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건물을 삼킨 거센 화재로 현재까지 7명이 숨지고 10여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의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을 잡은 소방당국이 화재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이 건물 3층에서 불이 시작돼 3층 거주자 26명 중 6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2018.11.09 leehs@newspim.com |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면서 주변 주민들은 침통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고시원 옆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박옥분(62)씨는 “가게를 찾던 손님 중 피해자가 있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화재는 발생 후 점점 거세지면서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불이 시작된 건물 3층 거주민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기도 했다. 정씨는 “작은 불인 줄 알았던 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며 “3층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뛰어내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휴대폰과 지갑도 챙기지 못하고 대피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의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고시원 건물에 화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건물 3층에서 불이 시작돼 3층 거주자 26명 중 6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2018.11.09 leehs@newspim.com |
건물은 노후화된 3층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다. 2층과 3층은 고시원으로 활용됐는데, 각각 24객실과 29객실이 있었다. 가까스로 몸을 피한 정씨는 “방이 따닥따닥 붙어 있다”면서 “침대 하나가 겨우 들어가는 크기”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고시원 각 방에는 가스레인지가 없다. 대신 고시원 2층에 거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공용부엌이 위치한다. 이곳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끼니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 피해자들은 대부분 40~60대로 생계형 근로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소방관계자는 “고시원 거주민은 대부분 근로자들로, 늦은 시간에 피곤한 상태로 입실하는 경우가 많다”며 “화재 발생 시간이 새벽 5시라 이를 인지하고 대피하기까지는 상당히 걸렸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현재 화재 원인 등을 밝히기 위한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윤민규 종로소방서 지휘팀장은 “10일 오전 10시 소방과 경찰이 합동 감식에 나설 예정”이라면서 “정확한 발화점이나 화재 원인 등은 조사해봐야 알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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