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내년부터 고교 무상급식 단계적 실행 예고
현재 10여 곳 자치구 참여 결정 못해
"왜 우리 구는 안하나" 주민 불만 고조·참여 자치구 늘며 압박 커져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서울시가 내년부터 고등학생 3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 정책을 시범적으로 실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아직 참여를 결정하지 못한 자치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불만 섞인 민원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물론 속속 참여하는 자치구가 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내년부터 고교 무상 급식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확정하고 중구, 성동구, 동대문구, 중랑구, 강북구, 도봉구, 동작구, 관악구, 강동구 등 9개 자치구 고3학생들부터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은 서울시 30%, 서울시교육청 50%, 자치구 20%를 각각 부담한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은 연간 80만원 가량의 급식비 절감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순 서울시장. 2018.10.29. [사진=박진범 기자] |
서울시 발표 이후 노원구, 영등포구, 금천구, 구로구, 송파구 등이 추가로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아직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자치구에 오는 5일까지 공식적인 의사를 전해달라고 공지한 상태다. 2020년이면 25개 모든 구가 참여할 것으로 서울시는 전망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내년 모든 자치구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아직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자치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책에 참여하는 곳과 안하는 곳이 알려지면서 지역주민들의 반발은 물론, 다른 자치구들이 속속 참여 의사를 밝히며 압박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해당 자치구 민원 게시판에는 “20% 매칭 예산도 확보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 “이러다가 우리 아이들은 급식비 다 내고 졸업하겠다” 등 불만을 제기하는 민원이 올라와 있다. 또 구청에 직접 전화를 걸어 “다른 구는 다 하는데 우린 왜 안하나”라며 불만을 표출하는 민원도 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전언이다.
참여를 결정하지 못한 자치구는 현재 예산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내년도 예산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 된 상황에서 무상급식 예산을 새로 편성하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매년 대상이 확대됨에 따른 예산 증가도 부담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재정자립도 23위인 은평구청 관계자는 “은평구에 살아서 무상급식 혜택을 못 받는 것이냐는 민원이 들어오면 안타깝다”며 “우리가 예산 여력이 있는 자치구가 아니고, 당장 내년이 문제가 아니라 매년 부담이 늘어날텐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재정자립도 19위 성북구 관계자도 “다른 자치구가 다 한다 그러면 우리도 어쩔 수 없지 않겠나”라면서도 “우리도 예산만 뒷받침 되면 당연히 하고 싶지만 힘든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예산 매칭 비율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용산구 관계자는 “무상급식 논의가 너무 갑자기 진행되는 바람에 예산 마련을 못한 상태”라며 “서울시에서 분담률을 늘려줄 수 없냐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전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도 “우리는 현재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우리 구가 재정자립도가 낮은 편인데, 예산 매칭 비율을 조금만 조절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남 3구’ 에 해당하는 서초구와 강남구 관계자는 “현재 예산을 검토중이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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