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사이클이 지속되는 가운데 채권시장이 새 기류를 연출하고 있다.
채권펀드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간 한편 발행시장의 한파가 두드러진 가운데 채권 트레이더들이 금리 상승 여건을 반영한 포트폴리오 새 판 짜기에 본격 나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9월 금리인상에 따라 연방기금 금리가 약 10년만에 2.0% 선을 넘어서자 저금리 시대 전략을 고집하고 있던 투자자들이 전략 수정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현지시각) 미국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최근 한 주 사이 채권펀드에서 69억달러에 달하는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연준이 올해 총 네 차례외 내년 세 차례의 금리인상을 예고한 데다 인플레이션 상승 조짐이 날로 뚜렷해지면서 올해 상당수의 채권펀드가 손실을 낼 것이라는 우려가 ‘팔자’를 부채질했다는 진단이다.
주식펀드로는 같은 기간 3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 주가 폭락에도 5주만에 ‘사자’로 반전을 이뤘지만 채권펀드는 출혈이 지속됐다.
발행시장 역시 마비 증세를 보이며 얼어 붙은 투자 심리를 반영했다.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10월 미국 투자등급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전월에 비해 34% 급감했고, 하이일드 본드 발행 역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후퇴했다.
채권시장 전반에 걸쳐 한파가 두드러진 가운데 트레이더들은 포트폴리오 재편에 공격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
금리가 상승할 때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존 채권의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신규로 발행되는 채권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 장기물일수록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하락 위험이 크다. 소위 듀레이션 리스크다. 이 때문에 금리 상승 사이클에는 단기물 채권의 인기가 높아진다.
ICI에 따르면 채권 뮤추얼 펀드의 평균 듀레이션이 최근 3.6년으로 파악됐다. 이는 2008년 9월 4년에서 하락한 것으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장기물 채권의 비중을 축소한 한편 단기물 비중을 늘렸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해 12월 추가 금리인상과 함께 내년 세 차례의 긴축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채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교체가 앞으로 더욱 활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상황과 관련,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마리나 그로스 포트폴리오 리서치 부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까지 장기물 위주로 구성된 채권 인덱스 펀드에 적극 베팅했다”며 “투자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실상 금리 상승으로 인해 손실을 입을 여지가 높다”고 강조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