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이달 초 뉴욕증시가 가파르게 하락했을 때 소위 ‘건강한 조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월말을 앞두고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단순히 최고치 랠리를 주도했던 성장주의 속도조절이 아니라 주가 급락 이면에 보다 구조적인 적신호가 작동하고 있다는 주장이 투자자들 사이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뉴욕증시에 제한된 얘기가 아니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2016년 이후 최저치로 후퇴했지만 적극적인 저가 매수 움직임을 엿보기 힘들다.
10월 금융시장 조정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 때문이다. 먼저, 성장주와 방어주 섹터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 점이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T를 필두로 S&P500 지수의 에너지와 소재, 통신 서비스, 재량 소비재 등 주요 섹터가 이달 들어 일제히 10% 이상 급락했다.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던 아마존이 29일 베어마켓에 진입하는 등 IT 대장주의 급락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데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달리 유틸리티와 필수 소비재를 필두로 한 방어주 섹터가 급락장에 완만한 오름세를 보인 것은 주식시장의 단순한 숨고르기가 아니라 추세적인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는 판단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상품시장의 하락 역시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월 12%에 달하는 급락을 연출했다.
3분기 약 10년래 최저 성장을 기록한 중국이 4분기 이후 더욱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는 한편 미국 역시 관세 전면전에 따른 충격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경제 전반의 성장과 원자재 수요에 대한 회의론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정크본드 역시 파열음을 내고 있다. ICE에 따르면 미국 국채 대비 정크본드의 수익률 스프레드는 지난 3일 3.16%포인트로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뒤 0.5%포인트 뛰었다.
이 밖에 연초 이후 신흥국에 국한됐던 자산 가격 급락이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된 사실도 거시경제 측면의 지각 변동을 암시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골드만 삭스의 자리 스텐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WSJ과 인터뷰에서 “10월 들어 발생한 금융시장 충격은 GDP 성장률을 0.5%포인트 끌어내릴 만한 수위”라고 주장했다.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는 경기 하강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유로존 경제가 3분기 1.7% 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가 3분기 3.5% 고성장을 기록했지만 기업 투자가 제자리 걸음에 그친 점이나 주택시장의 한파까지 금리인상과 폭탄 관세에 따른 충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의 조사 결과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4분기와 내년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6.4%와 6.3%로 1%포인트 하향 조정했고, 미국의 추가 관세가 강행될 경우 성장률이 5%까지 후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 상황이다.
이날 WSJ은 하락장이 투자자들의 ‘팔자’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벌어지면서 금융시장 한파가 실물경기를 강타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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