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이달 들어 뉴욕증시의 급락 속에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종목의 매도가 봇물을 이뤄 주목된다.
3분기 실적과 4분기 이후 전망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친 종목은 물론이고 호조를 이룬 종목의 ‘팔자’가 2011년 이후 최고치에 이른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는 ‘피크 트럼프’라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세금 인하와 친기업 성향의 정책에 기대 파죽지세로 올랐던 주가가 무역 전쟁을 포함한 정책 리스크 및 중간 선거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백기를 들었다는 얘기다.
29일(현지시각) S&P500 기업 가운데 절반 가량이 3분기 성적표를 공개한 가운데 시장 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의 전망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룬 종목이 실적 발표 전후 4거래일 사이 평균 1.5%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1년 이후 최대 낙폭에 해당한다.
3분기 수익성이 시장의 기대치에 미달한 기업의 경우 4거래일 평균 3.8% 떨어졌다. 이는 5년 평균치인 2.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투자 심리를 냉각시킨 것은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적극적인 금리인상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면전에 따른 충격이 매수 심리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 자문사 퍼스털 캐피탈의 크레이그 브릭 최고투자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기업 이익이 여전히 탄탄하다”며 “하지만 투자자들이 실적 호조의 영속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내비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다 큰 그림에서 볼 때 2016년 대선 이후 이어진 이른바 트럼프 랠리의 종료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뉴욕증시가 ‘피크 트럼프’를 맞았다는 것.
커다란 기대를 모았던 법인세 인하는 예상했던 것만큼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애플을 포함한 대기업의 해외 이익금 환입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철강과 알루미늄을 포함한 대규모 관세에 따른 충격은 가시화되기 시작했고, 내년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할 경우 실물경기의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
중간 선거 결과도 투자 심리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네이트 실버 538에 따르면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가능성이 86%로 점쳐진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움직임을 포함해 정치권 리스크가 크게 고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 부양에 따른 리스크도 투자자들이 좌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기존의 부양책에 중산층 세금 인하가 실제 강행될 경우 재정 부실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 밖에 연준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도 투자자들 사이에 작지 않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에서는 주식시장이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턴 반체의 루 피안테도시 대표는 WSJ과 인터뷰에서 “실적 호조에 주가가 오르던 기업들도 뒷심을 내지 못하고 떨어진다”며 “투자자들이 내년 침체 가능성을 주가에 적극 반영하는 움직임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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