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1조 투자 탈황설비 구축 등
"대부분 정유사 이미 90년대 탈황설비 대규모 투자"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국재해사기구(IMO)가 예정대로 2020년 1월 1일 선박에 황산화물 규제를 시행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고유황 벙커C유의 최후 소비처로 알려진 선박유 시장이 1여 년 후 사라질 것을 대비해 국내 정유업계는 일치감치 대응을 한 상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IMO는 22일~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본부에서 열린 '제 73차 해양 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황산화물 배출규제인 'IMO 2020' 시행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진전시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규제 도입에 대해 연기 요청을 하며 한 때 연기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번 MEPC에선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유4사 CI. [사진=각사] |
이에 2020년 1월 1일부터 선박은 황산화물 배출량을 현행 3.5%에서 0.5%로 줄여야 한다. 유황분은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유해성분이다. 중유에서 고유황과 저유황을 가르는 기준은 0.5%로 유황 함유량이 0.5%를 넘으면 고유황으로 분류된다.
황산화물 배출량을 현행 3.5%에서 0.5%로 줄인다는 의미는 앞으로 선박에선 고유황 제품을 사용할 수 없고, 저유황 제품만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 저유황 제품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정유사 입장에선 선박유 시장에 저유황 제품 시대가 열리면 호재다.
벙커C유와 같은 고유황 제품은 원유가격보다 싼 값에 팔리기 때문에 이익을 내지 못하지만, 저유황 제품은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저유황 제품은 고유황 제품에 비해 가격이 1.3~1.5배가량 높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80년대 벙커C유는 여관이나 목욕탕에서 난방 연료로 많이 사용됐지만 이제는 거의 사라졌고, 지금까진 대형 선박에서 거의 사용됐다"면서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 고유황 제품이 사라지는 것은 하나의 추세인 만큼 글로벌 정유사들은 90년대부터 고유황을 저유황으로 변환시키는 설비를 지어왔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사 중 IMO 시행을 앞두고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는 202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고유황유를 저유황 연료유 등 고부가 제품으로 변환시키는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잔사유를 팔 수 있는 선박유 시장이 있었지만 2020년부터 이 시장이 없어지기 때문에 탈황설비 구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탈황설비를 신설해 글로벌 물량 부족으로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저유황 선박 연료유 시장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 역시 4조8000억원을 투자한 잔사유고도화시설(RCU)‧올레핀다운스트림시설(ODC) 프로젝트로 고유황중질유 비중을 현재 12%에서 4% 수준으로 감소시킬 예정이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이미 대규모 탈황설비와 고도화 설비로 고품질의 저유황유 생산을 크게 늘렸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정유사들은 IMO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서가 아닌 90년대 이미 탈황설비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맞춰 도입했다"면서 "단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탈황설비에도 남는 잔사유가 많아 판매해 왔고, IMO 규제에 맞춰 추가 탈황설비 도입이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