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독일 지방선거에서 집권연정이 수세에 몰린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2월 초 기독민주당(CDU·기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직에 재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기민당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00년부터 기민당 대표에 선출된 후 2005년 총리직에 올라 유로존 채무위기와 2015년 난민 위기까지 유럽 정치를 리드해 왔던 메르켈 총리가 물러나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탈리아 재정위기,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포퓰리즘 정당 득세 우려 등 EU가 격동기를 겪는 가운데 유럽에 정치 공백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차기 총선이 실시되는 2021년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민당 대표직을 내놓으면 총리로서의 입지가 약화될 것이 뻔하다.
지난해 총선에서 가까스로 4연임에 성공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연정이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자, 메르켈 총리의 입지는 이미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14일 치러진 남부 바이에른 주의회선거에서는 기독민주당과 대연정을 구성한 기독사회당(CSU)이 고작 37%의 득표율을 얻어 역사적인 참패를 기록했다. 또 다른 대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은 10%도 확보하지 못해, 연립정부가 참패를 기록했다.
이어 28일 치러진 헤센 주 지방선거에서는 기독민주당이 27.5%의 득표율로 가까스로 승리했으나, 이전 선거보다 득표율이 11%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연정 구성이 난관에 처했다.
난민에 우호적인 메르켈 총리의 정책으로 호르스트 제호퍼 기사당 대표 겸 내무장관과 메르켈 총리 간 갈등이 부각되면서 대연정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했다. 지난 7월 제호퍼 장관은 연정 내에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 포함된 난민 종합 대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메르켈 총리의 난민 포용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처럼 집권연정 내 불협화음으로 정치권 혼란이 지속되자, 이민 강경책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독일을 위한 대한(AfD)으로, 이민 포용책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녹색당으로 돌아섰다.
컨설팅업체 테네오의 카스텐 니켈 매니징디렉터는 “유럽에서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파워는 2015년 난민 위기 이후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며 “메르켈의 대표직 사퇴는 독일과 유럽에 전면적인 불안정을 야기하기보다 현재의 정치 공백이 지속될 것이란 의미”라고 해석했다.
컨설팅기관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 매니징 디렉터는 “최근 지방선거 성적으로 보아 메르켈 총리가 당 대표를 방어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메르켈 총리가 내년에 EU 고위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내다봤다.
메르켈 총리가 취임한 2005년 당시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프랑스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영국은 토니 블레어 총리가 서방세계를 이끌고 있었다.
메르켈 총리는 대표직 후임으로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당 사무총장을 가장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 아르민 라쉐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州) 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00년 4월 11일(현지시간) 기독민주당(CDU) 대표로 선출된 당시 기독사회당(CSU) 당수였던 에드문트 스토이베르로부터 선물받은 맥주컵을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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