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손정의(孫正義) 소프트뱅크 회장 겸 사장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고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 외신이 보도했다.
손 회장이 FII에서 예정된 강연을 취소했다는 소식은 다우존스 통신의 보도로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그가 사우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FII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었다.
아사히신문은 "카슈끄지 사건으로 인해 거액투자를 진행해왔던 사우디와 소프트뱅크의 협력관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고 전했다.
FII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서방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여는 행사로, 사막의 다보스라는 별명으로 알려져있다. 각국 정부 요인과 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우디 왕실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떠오르면서 불참 표명이 잇따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블룸버그는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를 인용해 "손 회장이 22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면담을 가졌지만, FII에는 불참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야시르 알루마이얀 사우디국부펀드(PIF) 사장이 22일 밤 자택에서 연 만찬회에도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도 "FII 회의 첫 날 하이테크업계에서 사우디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의 모습은 없었다"며 "빈 살만 왕세자는 잠시 모습을 드러냈지만 가장 앞 열에 준비돼 있던 손 회장의 자리는 공석인 채였다"라고 전했다.
캬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사우디가 흔들리면서 세계의 관심은 손 회장의 참석 여부에 쏠렸었다. 빈 살만 왕세자와 친밀한 관계로 알려진 손 회장마저 FII에 불참하면 가뜩이나 난처한 사우디의 입장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우디는 손 회장이 지난해 5월 설립한 세계최대 기술투자 펀드 '비전펀드'에 450억달러를 출자하기도 했다. 손 회장이 2차 비전펀드 조성계획을 밝혔을 때도 사우디는 이번에도 45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었다.
하지만 FII에서 예정됐던 손 회장의 강연이 취소된 데다, 불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 측의 협력관계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비전펀드의 성패가 소프트뱅크 실적에 직결한다는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통신회사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지난 4~6월 영업이익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낸 건 펀드사업(2399억엔)이었다. 일본 내 통신사업 수익인 2218억엔을 상회했다.
게다가 주식시장은 카슈끄지 사건의 여파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소프트뱅크 그룹 주가는 23일 9157엔에 마감했다. 캬슈끄지 사건이 논란을 일으킨 직후였던 9일보다 14%가량 낮은 수치다. 이 기간 동안 닛케이평균지수 하락률인 6%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 카슈끄지 사건, IT벤처기업에 미칠 영향 적지 않아
카슈끄지 사건으로 IT업계는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은 비전펀드를 통해 미 벤처기업에 17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PIF 단독으로 미 벤처에 투자하는 금액은 49억달러에 달한다.
아사히신문은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 투자 관계자를 인용해 "사우디와 소프트뱅크의 투자는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었다"며 "사우디가 소프트뱅크를 통해 투자를 하면서 인권 문제 등의 과제를 가렸던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의 '보복'도 이미 시작됐다. 지난 22일 영국 버진그룹의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산하 IT벤처기업인 '버진 하이퍼루프 원'의 회장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버진 하이퍼루프 원은 차세대 고속 운송사로, 사우디 측과 연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브랜슨 회장이 "카슈끄지 의혹에 대한 세부 내용이 밝혀질 때까지 사우디와 투자협상을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사우디는 버진그룹에 대한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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