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러시아를 방문중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은 적절한 시기에 핵 전력 조약 폐기에 나설 것이라며 러시아와 체결했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탈퇴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90분간 접견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INF 탈퇴 배경에 대해 “미국은 러시아가 지난 2013년부터 INF 조약을 위반해 오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조약을 폐기하기로 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 이같은 탈퇴 경고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고 통보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과거 핵 군축 조약이 이뤄졌던 냉전시기는 현재의 세계 질서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지금은 새로운 전략적 현실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INF조약은 중국, 북한과 같은 국가들은 (미가입국이기 때문에) 활동을 통제하지 못한다”면서 중국이 대규모 중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것을 강력히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기자들에게 “사람들이 정신 차릴 때까지 무기를 증강하겠다”면서 “러시아는 합의의 정신이나 합의 자체를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며 INF 조약 폐기 방침을 강력히 시사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을 접견하면서 "우리는 미국측의 행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미국 국장에 독수리가 화살과 함께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가지를 함께 쥐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올리브 가지가 사라진 것이냐”고 쏘아 붙이기도 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을 만나 악수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만 크렘린궁 외교 정책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는 푸틴 대통령의 볼턴 보좌관 접견이후 볼턴의 방러 자체를 미국이 아직 이 문제에 대한 대화를 원하고 있는 메시지로 보고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은 이날 다음달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제1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단독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INF 조약은 1987년 당시 미국 레이건 대통령과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맺은 조약으로 사거리 500~5500km인 중·단거리 미사일의 생산,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신형 순항미사일 SSC-8 등을 개발하면서 사실상 INF 조약을 위반했다고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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